영천문화원 이원석 사무국장 신인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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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문화원 이원석 사무국장 신인작품상 수상
  • 최은하 기자
  • 승인 2011.10.23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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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나눈 영혼의 대화’로 계간 미래문학 수필가 등단

 

▲ 영천문화원 이원석 사무국장
영천문화원 이원석 사무국장이 계간 미래문학(발행인 장춘득) 2011년 겨울호(통권 24호) 수필 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며 수필가로 등단했다.

수상한 작품은 ‘친구와 나눈 영혼의 대화’로 우정을 베풀어준 친구를 그리워하며 안타까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사를 맡은 김민구ㆍ박희영 작가는 심사평에서 “이 작가의 글은 난해하지 않고 매끄러운 게 장점이다.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부족함이 없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내용전개도 괜찮아 보인다.”며 앞으로 창작에 매진해 주기를 당부했다.

수상소식을 접한 이원석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시기마다 줄을 그으면서 살아왔다. 다가올 50, 60대를 준비하며 이번 등단을 계기로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며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경북 영천출신인 이 작가는 한국문인협회 영천지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영천문화유산답사기’와 ‘영천 지명유래 및 마을변천사’ 등의 저서를 발간한 바 있다.  

지난 1999년 창간한 종합문예지 계간 미래문학은 8개국에 지사를 두고 국제교류문학상과 미래문학상, 해외동포문학상, 신인작품상을 시상하는 국내 유일의 국제교류문단이다.

한편, 영천문인협회 양진찬(어리석음, 가을바람, 부러워라)ㆍ이준필(마음의 길 저편에는, 자전거 여행, 시월의 기억) 회원도 계간 미래문학 시 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영천뉴스24 최은하 기자 ycn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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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래문학 제22회 신인작품상(수필 부문)>

먼저 떠난 친구와 나눈 영혼의 대화
‘조만간 시간을 내서 만나기로 했는데…’

경주박물관대학교 동기들과 함께 8월말 시모노세키로 해외답사를 떠나기로 했다. 짧은 일정에 최소한의 비용으로 다녀올 체험여행을 준비하면서 애틋했던 한 친구와의 사연이 떠올랐다.

“다레까?(누구냐?).” “오레다(나다).”

일본 동경의 한 다다미방에서 기다리던 내가 나무계단을 오르는 발자국소리를 듣고 L과 익살스럽게 장난치며 즐겁게 나누던 대화였다.

1988년 군대를 제대하고 이듬해 대학교 3학년에 복학했던 나는 그때만 해도 쉽지 않았던 일본 배낭여행을 떠났다. 여행경비를 절약하기 위해 경북도청에 가서 여권을 직접 교부받았고 부산의 일본영사관을 찾아가 우여곡절 끝에 비자도 발급 받았다.

부(釜)-관(關) 페리호를 타고 시모노세키로 가는 길에 우연히 배에서 만나 친구가 된 미야자카 에이지와 함께 동경까지 갔다.

미야자카와 헤어져 랭귀지스쿨에 다니던 대학교 선배들을 만났고, 한 선배의 집에 기거하던 중 그 선배부인의 눈치가 보이기 시작할 무렵 L에게서 연락이 왔다. “일본에 왔으면 나한테 와야지 왜 선배들에게 가있냐?”며 나와의 만남을 재촉했다.

키치죠오지 전철역에서 만나 타국에서의 반가움을 나눈 우리는 슈퍼마켓에서 산 진로소주를 마시면서 지나온 삶을 노래했다. 요미우리신문 장학생으로 조간과 석간을 배달하고 낮에는 학교에 다니던 L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일본의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우리는 너무 행복했었다.

낯선 땅에서 정에 굶주렸던 L은 속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좋아하는 것 같았고, 나는 최소한의 경비만 준비해 텐트와 침낭을 메고 떠나는 것을 보고 무모한 짓이라며 말리던 지인들에게 2달여의 여행경험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 흐뭇했다.

사실 부산항을 출발할 때만 해도 형편이 여의치 않으면 시모노세키 항구에서 일본 땅만 밟아보고 돌아와도 아쉬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나의 귀국날짜가 가까워지면서 우리의 아쉬움은 쌓여갔고, 나리타공항까지 배웅 나온 친구는 가진 돈이 없어 아무런 선물도 사지 못하는 내가 안타까웠든지 면세점에서 가족과 친구들에게 줄 선물까지 챙겨주었다.

아침에 대구의 한 친구에게서 청천벽력같은 전화를 받았다. L이 죽었다고 했다. 그것도 지병이나 급작스런 사건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자살했다는 것이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은 사실에 꿈인 듯 몽롱했다.

지난주 다른 친구로부터 요즘 L이 가정문제로 몹시 힘들어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즉시 전화라도 해보려다가 괜히 자존심이 상할까봐 잘 해결되길 바라며 그냥 넘겼었다. 얼마나 심적으로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이해해보려고 생각해도 너무너무 아쉬움이 남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간혹 만나고 전화통화를 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었는데…. 갑자기 생활이 바빠지면서 전화조차 뜸하게 되고 대학친구들의 모임에도 거의 참석하지 못했었다.

친구들끼리 모여 술에 취한 새벽녘이면 L은 매번 전화해서 보고 싶다며 지금 대구로 올라오라고 했다. 그럴 때면 “늦어서 오늘은 못 가고 시간을 내어 조만간 한 번 찾아갈게.”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 조만간의 시간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지금까지도 만들지 못했다.

오후에 친구들을 만나 병원으로 문상을 갔다. 참 아리고 슬프고 회한이 너무 많이 남는다. 미안한 마음은 친구의 영정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1983년 봄, 대학교 신입생이었을 때 하루는 그 친구가 할 얘기가 있다며 따로 좀 만나자고 했다. 진지한 그의 모습에 ‘뭔가 실수라도 한 게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는 토요일 열리는 일일찻집 티켓을 샀다며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일일찻집에서 나와 생맥주 집으로 옮겨 앉아 한다는 소리가 “구미에서 올라온 촌놈이라 친구가 없는데 네가 마음에 든다.”며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말했다. 그 후 2년간 각별한 정을 나눴고 군 면제를 받았던 그는 졸업과 함께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친구들은 군대에 가서 모두들 고생하는데 자기는 못가서 미안하다며 한겨울에 구미에서 부산까지 도보로 무전여행을 하기도 했고 머리를 깎고 합천 해인사에서 도를 닦는다며 엉뚱한 기행을 일삼는 등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늘 순수함을 간직하며 마음을 편하게 해주던 친구였다.

그 친구가 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제는 만날 수 없다. 나리타공항을 떠나며 나는 “너의 은혜 언젠가는 꼭 갚을게?”라고 다짐했건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 것 같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조금만 대화상대가 되어주며 고민을 들어줄 수만 있었어도 이런 극한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사랑하는 친구야! 일본에서 서울에서 대구에서 난 늘 너에게 받기만 했고 아무 것도 못해 주었구나. 못난 친구 용서하고 저 세상에서는 부디 행복하여라.

부모님과 가족, 친구들에게 크나큰 아픔을 주고 떠난 친구와 며칠간 영혼의 대화들을 나눈 뒤 구미 형곡동 선산과 내 마음속에 묻고 돌아왔다. 남은 이들에게 크나큰 아쉬움을 주고 떠났지만 다른 세상에서는 늘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당선소감>   순간순간 일정기간에 줄을 그어놓고

언제부터인가 줄긋기를 하면서 살아온 것 같다. 순간순간 일정기간에 줄을 그어 놓고 나만의 꿈을 꾸었다. 20대에는 안정된 직장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원했고, 30대에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안정된 가정을 꾸미고 싶었다.

또 40대에는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아빠가 되어 즐겁고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면서 자상한 가장이 되고자 노력했다.

돌이켜보면 꿈꿔온 삶과 지금의 삶이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다가올 50대, 60대에는 또 어떤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며 나는 또다시 어떤 생활을 준비해야할지 두려움보다는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메모하는 습관을 가졌었다. 매년 다이어리 두 권을 사용하면서 했던 일과 해야 할 일로 공백을 빽빽하게 채웠고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은 블로그에 올려두고 지인들과 공유했다.

글을 쓰는 일은 내게 있어서 즐거움이었고 자아만족이었다. 미래문학 신인상 수상을 계기로 지금부터는 가볍게 써왔던 글쓰기가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취미로 쓰는 글과 수필가가 쓰는 글은 책임감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날 것이다.

서툰 글 솜씨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수를 주신 심사위원들, 언제나 좋은 벗이 되어준 사랑하는 우리가족과 한국문인협회 영천지부 회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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