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집필, 편집, 노동에 결혼식 사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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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집필, 편집, 노동에 결혼식 사회까지’
  • 이원석 편집위원
  • 승인 2009.12.29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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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맨이 되어야하는 문화원 사무국장의 일상사

▲ 이원석 편집위원
“국장님, 제가 너무 아파서 좀 늦게 갈 테니까 10시까지 문화원에 먼저 좀 나가주세요.”

일요일 아침 9시50분 간사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늘 결혼식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급히 씻고 생각하니 아내가 교회에 가면서 자동차를 갖고 가서 지금 차가 없다. 콜택시 번호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먼저 뷔페업자에게 전화하니 도착해 있다고 했다. 콜택시 아는데 있냐니까 번호를 하나 알려주었다. 승강기를 타고 아파트 앞으로 가면서 전화를 했더니 금방 택시 한 대가 도착했다.

급히 가서 소회의실 문을 열어주고 나니 핸드폰이 울렸다. “택시 부르지 않았어요?”한다. 택시 타고 이미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하니 몇 번 콜이냐고 되물었다. 내가 타고 온 택시가 콜택시가 아니었나 보다.

숨을 고른 후 사무실에서 연휴 3일간 시름한 신년교례회 다이어리 원고를 펼쳐놓고 교정을 보고 있노라니 간사가 나왔다. 너무 힘이 들어 보여 집으로 보내려고 해도 결혼식 진행을 제대로 알지 못해 결혼식을 마칠 때까지 있다가 가겠다는 간사의 생각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11시 조금 넘어 신랑신부가 도착했다. 둘이서 대화를 주고받더니 어째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사회자 섭외가 안 되었던 모양이다. 급히 여기저기 한참을 전화하더니 도저히 사회자를 구하지 못하겠다며 울상이었다.

이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간사 왈 “우리 국장님이 사회 보면 어떨까요?” 신랑신부는 좋다며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차마 못하겠다는 얘기를도 못한 채 점퍼대신 사무실에 걸어둔 콤비로 갈아입고 예식장인 2층 대강당으로 올라갔다.

식순에 따라 이날 주례를 맡으신 권영락 부원장님과 함께 결혼식을 진행했다. 난생 처음 본 결혼식 사회는 이렇게 이루어졌다. 문화원에 들어와서 몇 번 사회를 본 경험이 있어 떨림은 없었지만 자칫 나의 실수로 남의 집 대사를 그르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별 실수 없이 결혼식은 무사히 잘 끝났다. 결혼식을 마친 후 신랑신부가 너무 고마웠다고 했지만 혼자 생각해도 신기하고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골벌문화예술제를 하루 앞둔 10월 8일 정장차림으로 급하게 첫 출근했다가 다음날부터 며칠간 작업복 차림으로 근무했던 생각이 났다.

문화원 사무국장이란 자리, 평소에 행정업무를 보다가 팸투어를 유치해 해설사 일정이 여의치 않으면 함께 동행해서 가이드가 되어야하고 원고청탁과 함께 책 집필에 편집, 교정, 청소, 기획, 교육, 행사 진행, 의전, 인원 동행까지 업무영역이 다양하다.

전국 220여개 문화원에는 나 같은 사무국장들이 만능맨으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나도 그분들처럼 주어진 일을 즐기면서 이 자리에 꼭 맞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루하루 노력해야겠다.

 

영천뉴스24 이원석 편집위원 ycn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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