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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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남산
  • 장병훈 편집위원
  • 승인 2009.11.09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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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남산

                                            이하석 (1948~)

돌 안에 슬픔이, 금 가기 쉬운 상처가
들어앉아 있다
미소를 머금은 채

누가 그걸 깎아 불상으로 드러내놓았을까
제 마음 형상 깎아내놓고
내 슬픔 일깨우려 기도하라는가

나는 없고
이 돌만이 오래 있을 뿐
슬픔 앞에 불려온 이들 기도로
천둥 치면 어둡던 돌의 뒤가 환해진다

깎아내지 않는다면, 환해지고 빛날 수도 없는 것

세월을 이긴다는 것은 상처를 깎아낸다는 일이겠지. 미소를 머금는다는 것은 상처가 지나온 길을 품었다는 일이겠지. ‘제 마음 형상 깎아내’지 않으면 미소 짓는 돌로 피어날 수는 없는 것이겠지.

잎들 다 지고 나면 경주 남산에 한 번 가보는 일도 괜찮은 일이겠지. 환하게 빛나는 미소를 머금은 돌들이, 보석보다 깊은 상처를 껴안고 있다는 뜻이겠지.

 

▲ 시인 장병훈
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 영천뉴스24 블로그인 <별빛촌닷컴>(http://www.01000.in)을 방문하면 장병훈의 <시와 연애를 하자> 전편을 볼 수 있습니다.

 

영천뉴스24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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