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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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 이성복
  • 장병훈 편집위원
  • 승인 2009.10.25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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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


                                             이성복(1952~ )


이렇게 발 뻗으면 닿을 수 있어요 당신은 늘 거기 계시니까요
한 번 발 뻗어보고 다시는 안 그러리라 마음먹습니다
당신이 놀라실테니까요
그러나 내가 발 뻗어보지 않으면 당신은 또 얼마나 서운해하실까요
하루에도 몇 번 씩 발 뻗어보려다 그만두곤 합니다

 

마음먹은 대로 갈 수 없는 것이 ‘발’입니다.

삶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닿고 싶은 것은 더 멀어져가는 것입니다. 내게서 간절한 것은 떠나가는 법입니다.

인생의 감칠 맛이란 이룰 수 없다는 것에 있습니다. 얻고 싶은 것을 얻지 못했을 때의 상실감, 그것이 생의 깊이를 더해주는 것입니다.

‘발 뻗으면 닿을 수 있는’ 당신에게 가지 못하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 씩 발 뻗어보려다 그만 두곤’ 하는 동안, 사랑의 절실함은 도리 없이 더욱 깊어질 따름입니다.


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 영천뉴스24 블로그인 <별빛촌닷컴>(http://www.01000.in)을 방문하면 장병훈의 <시와 연애를 하자> 전편을 볼 수 있습니다.

 

영천뉴스24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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