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꽃
문신
남쪽에서 길을 놓치고 민박집에 들다
늦게까지 불 켜두고 축척지도의 들길을 더듬다
쩌렁쩌렁 난데없는 소리에 억장 무너지다
알고 보니 민박집 양철 지붕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아니, 야음을 틈타 양철 지붕에 꽃잎 피어나는 소리
꽃잎 자리에 얹힌 허공이 앗 뜨거라, 후닥닥 비켜 앉는 소리
깊은 밤 먼 골짜기에 잠든 귀 어두운 뿌리도 들으라고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
민박집 방에 걸린 농사달력은 곡우(穀雨)
이 빗방울 스미는 자리마다 꽃잎 꽃잎
묻어둔 뿌리를 깨우는 소리 쩌렁쩌렁
양철 지붕에 꽃잎 피어나는 소리
내 안까지 적셔내는 소리 내 안에서 꽃잎 피어나는 소리
민박집 나서며 바라본 처마 끝 낙수 자리
꽃잎처럼 둥글게 피어서
꽃잎들이 묻어둔 뿌리까지 스민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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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장병훈은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통하여 문단에 나왔으며, 동리목월문학관의 ‘詩作나무’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화룡동 산 7번지의 선화여고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문학동아리 ‘좁은문’지기를 하고 있다.
* 영천뉴스24 블로그인 <별빛촌닷컴>(http://www.01000.in)을 방문하면 장병훈의 <시와 연애를 하자> 전편을 볼 수 있습니다.
영천뉴스24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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