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샘
김성규
돼지의 멱을 따자 피가 쏟아진다
칼은 부드러운 살을 헤집고
더 큰 물길을 찾는다
붉은 물, 반짝이며 쏟아지는
붉은 물, 이빨 빠진 노인들이 웃는다
바들바들 떠는 돼지
혓바닥이 말려들어간다
온몸의 소리가 빠져나간다
주머니처럼 매달린 간을 삼키며
노인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초상집 뒤뜰
양동이에 가득 담긴 핏덩어리
더 이상 피를 뱉지 못하는
돼지의 살갗에 뜨거운 물이 부어진다
울음이 빠져나간 육신(肉身)을 위하여
노인들은 한번 씩 붉은 샘을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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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뉴스24 장병훈 편집위원 siij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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