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꺼지지 않는 전기차 화재, 침수조로 맞서 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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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꺼지지 않는 전기차 화재, 침수조로 맞서 싸우자
  • 영천소방서장 박영규
  • 승인 2023.02.02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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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가 2년 새 4배로 늘었다. 2020년 11건에 불과했던 전기차 화재가 작년 한 해에만 무려 44건으로 늘었다. 그렇다고 해도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화재 사건보다 전기차 화재 사건 수가 훨씬 적다고 알려졌다.

그런데도 전기차 화재가 악명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생각보다 직관적이었다. 화재 완진(완전소화)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고전류 배터리는 화재 발생 시 자체적으로 산소를 생성하기 때문에 전기차 화재 발생 시에는 배터리 온도를 낮춰 화재를 진압하거나, 주변 통제 후 차량이 전소될 때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어 시간이 필연적으로 오래 지연되고 만다.

최근 해외 전기차 화재 출동을 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을 위해 사용한 물의 양만 약 22,000L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우 10,000L 물탱크차 한 대면 충분히 진화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 용수를 사용한 것이다. 시간적으로나 자원적으로 차이가 확연하다.

전기차 화재는 어떻게 진압을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지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국내보다 전기차를 많이 이용하는 해외의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기차 진압 훈련 시 물탱크(침수조)에 배터리를 담가 온도를 낮추고 재발화를 방지하는 방식으로 훈련하고 있었다. 전기차는 배터리 온도가 순간 1,000도까지 오르는 열폭주 현상 때문에 아무리 물을 뿌려도 불이 되살아난다. 이 때문에 조립식 벽을 설치하고 오랜 시간 차량 전체를 물에 담그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미국에서는 아직 전기차 화재 대응 방안이 보편적으로 체계화 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는 이러한 침수조를 이용한 진압 방법을 전기차 화재 시 우선으로 사용하고 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방서 235곳에 지급된 이동식 침수조는 겨우 44개에 불과하다. 침수조 한 개를 구매하는데 1,000만 원~6,000만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보니 예산확보 및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3년 동안 10배 이상 늘어난 전기차 화재에 대비하여 전기차용 화재 진압 장비 보급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충분한 침수조 확보를 서둘러 전기차 화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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