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석의 도쿄통신 12〉오늘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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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의 도쿄통신 12〉오늘 만난 사람
  • 박정석(도쿄 거주)
  • 승인 2018.01.2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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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관계의 지혜, 겸손한 지속!

신년회新年会! 1월이 다가도록 아직도 하니 참으로 길기만 하다. 모든 조직이 만찬가지 이지만 힘이있고 큰 조직이 먼저 날짜를 정하고 끝나야 하부 조직이 시작하는 것이 인지상정? 그러다 보니 새해가 되면 2월 중순까지 이런 저런 신년회에 발품을 팔러 다녀야 한다. 정치에 관심이 없는데도 조직이라는 이름에 몇군데 들어가 있으면 그렇다.

우리 민단 지부 신년회를 찾아준 답례의 우리지부 삼기관장이 타 지부에 차례로 간다. 거기에 필자가 배정받은 곳은 도쿄 민단 스기나미杉並지부! 모든 민단의 현실은 축소 축소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스기나미 지부도 예외는 아니고 미래 걱정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던 지부이다. 장소는 스기나미 지부의 가까운 민단원 가게인 제법 허름한 야끼니쿠(고기집)에서였다. 우리지부는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호텔에서 하는데….

들어서니 약 30석의 아담 사이즈 가게다. 나는 기둥옆 H석에 배정을 받았다. 앉아서 인사를 하고보니 다른 지부의 역원과 함께 배정을 받았다. 곧 개회를 알리며 사회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단장님의 인사 속에 “어떻게 하든지 지부를 지속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겠습니다”가 나의 가슴을 쨘~하게 만들었다.

다음은 내빈 인사로서 스기나미구杉並区 다나카田中 구청장의 인사다. 나는 왠지 부끄러웠다. 한국내의 독자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르나 세계적 도시, 도쿄의 23구 구청장이라 함은 결코 낮은 지위가 아니다. 그러한 구청장이 이런 허름한 고기집에 늘 뉴스화되는 미운 오리? 대한민국의 하부 조직, 축소 축소로 가는, 힘도 없으며? 자기에게 투표권도 없는 소수의 사람들 앞에 머리를 숙이며 겸손히 인사를 하러 온 것이다.

일본의 많은 책임자, 리더들이 그러하듯 결코 누가 봐도 기가 죽을 화려한 옷을 입는다거나, 거만한 태도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냥 서민적 모습이다. ‘튀어나온 돌이 정을 맞는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이 가장 적합한 국가는 일본일 것이다. 그들 조직의 리더들을 보면 결코 유능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조직에 순응하며 겸손하고 튀지 않는 인물이 대분분임을 오래 거주한 사람은 모두가 느낀다.

그는 담담히 이동용 작은 마이크를 잡았다. 스기나미 구청장은 내가 허름한 고기집에 초대한 당사자는 아닐지라도 같은 조직원으로서 부끄러워하는 것을 눈치라도 챈 것일까. 감 잡은 듯 효자손으로 그곳을 긁어주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한국어로)” 와~ 짝짝짝! “오늘날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나쁩니다. 과거의 위안부, 북한의 핵 미사일 등으로.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곳에 너무 집착하면 한일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없습니다. 내가 매년 참석지는 못했지만 늘 한일관계를 생각하며 민단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스기나미구 의회 의장이 마이크를 다부지게 잡았다. 그리고는 지금까지의 공적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스기나미 민단이 지금까지 협조를 의뢰해 온 여러 내용이 있었는데 거의 다 협조해서 성사시켰다. 요즘은 부탁할 것이 없느냐?”(웃음) 짝짝짝…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재일교포로 살아 간다는 것! 때로는 헤이트스피치처럼 속이 뒤집어지는 일도 있으나 이분들이 이렇게 겸손하게 다가와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면서 겸손히 몸을 낮추니 결코 서럽지만은 않다. 옛날에 비해서 엄청나게 재일교포의 인권이 좋아졌으니까. 헤이트스피치도 부족하나마 많은 법의 정비가 이루어졌다.

나는 일본에 대해서 좋은 일, 감사할 일이 있어서 가끔 정보를 SNS에 올리면 한국의 정서는 아직도, 언제까지나 ‘그래도 일본은 조심해야 한다’가 주류를 이룬다.
이제는 세계의 정치는 든든한 세계 경찰 국가 미국에게 맡기고 때로는 마음껏 일본을 칭찬도 해보는 미래지향적인 우리이고 싶다. 겸손히 손을 내미는 그들과 더불어 중앙정부가 아닌 낮은 곳에서 민간 차원의 더 좋은 한일관계를 만들어보고 싶다.

요즘 도쿄의 코리아타운에는 제2의 한류가 싹을 틔우고 있다. 2012년경 한때 일본의 우익들이 헤이트스피치가 깡패처럼 신오쿠보를 쳐들어오면서 300점포까지 격감했던 아픈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이제는 다시 400점포를 넘어서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 중심에는 먹거리로 ‘치즈 닭갈비’가 단단히 한몫을 하고 있다하니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언제가 되면 일본과 한국 모든 양국민이 치즈 닭갈비의 치즈처럼 고소하고 잘 떨어지지 않는 우정을 만들까를 생각해 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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