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담배를 피우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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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담배를 피우십니까?
  • 우리들 내과 안수열 원장
  • 승인 2012.04.1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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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고도인 경주 근처 작은 어촌 마을에서 B형 간염으로 인해 고깃배 선장을 하시는 남편 분을 제외하고는 부인과 4남매 자식들이 두 달에 한번 꼴로 서울까지 진료를 받으러 오는 가족이 있는데. 진료한 지도 햇수로 약 20년 정도 되다보니 어느덧 한 가족처럼 그 집안의 대소사까지 아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고깃배일 때문에 좀처럼 서울로 올라오지 않던 남편 분께서 최근에 숨이 많이 차신다고 진료 받으러 다른 가족과 같이 내원을 하였다.

청진기를 대지 않아도 남편분의 숨소리는 매우 가쁘고 입술 주위가 심장병 환자에서 보이는 청색 증 마냥 새파랗다 못해 시커멓게 보여 병의 정도가 보통 심각하지 않는 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폐 단층촬영을 포함해서 폐기능을 알아보는 여러 가지 검사를 시켜놓고 왜 아버지 병이 저 지경 될 때까지 여태 한번도 이야기 하지 않았냐고 애꿋은 큰아들만 야단쳤다.

이 병은 호흡기 전문의가 아니라도 내과의사라면 누구나 아는 소위 ‘담배 폐병’ 이라는 만성 폐쇄성폐질환 이라는 병이다.

이 병을 앓는 환자분은 일상생활에서 약간만 움직여도 숨이 차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가만히 있어도 기침과 가래로 고생을 한다.

담배를 피우는 중년남성에게서 주로 나타나는데 이병의 초기에는 기침, 가래쯤이야 라고 우습게 여기는데 이 남편분처럼 오랫동안 이 질환을 방치하면 암보다 더한 고통을 겪게 된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는 병은 한마디로 호흡이 곤란해지는 병으로써 가장 큰 원인은 흡연 때문이다. 이 병을 앓는 환자의 열명중 아홉은 10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들인데 흡연은 잘 아시다시피 폐활량을 크게 줄이는데 초기에는 기침, 가래가 있는 정도이겠지만 10년, 20년 지나면 이 남편 분처럼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헐떡이게 되고 더 방치하면 숨이 차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게 된다.

이 병의 진단이 늦어지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폐기능이 50%이상 손상되기 전까지는 기침이나 가래가 있는 정도로 가벼운 증세를 보이기 때문인데 이 상태가 조금만 더 진행하면 갑자기 호흡곤란이 생겨 병원을 찾게 된다.

남편분도 평소 고깃배 안에서만 지내다보니 운동량이 적어 호흡곤란을 모르고 지내다가 중한 상태로 진행되고서야 병원을 찾은 경우이다.

아쉽게도 현대의학으로도 이미 망가진 폐 기능은 회복시키는 방법은 없다. 다만 병원치료도 폐 기능 손상이 더 진행되는 것을 최대한 더디게 해주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초기에 이 병을 발견하고 치료를 통해 폐 기능 손상이 진행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흡연자인 경우에는 1~2년마다 비흡연자도 3~4년에 한 번씩 폐기능 검사와 흉부 X-선 사진, 심전도 검사 등을 받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금연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더라도 담배를 끊는 노력이 없으면 이 병을 고칠 수가 없다. 하루라도 안 피우는 게 건강에 낫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몇 번을 실패하더라도 계속 금연을 시도해보아야 한다.

이제 100세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아마 100세 시대에 발목을 잡는 병이 있다면 바로 이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만의 생각은 아니지 싶다.

요즘 흡연인구가 매년 줄고 있는 반면에 여성과 청소년들의 흡연인구비율은 도리어 증가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우리들내과 안수열 원장 hyh1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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