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 출신 월북 시인 정희준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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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 출신 월북 시인 정희준을 기억하며
  • 백현국(시인ㆍ평론가)
  • 승인 2009.11.20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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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준-돌방아(1942/10/ 朝光 /8권10호/朝鮮日報社出版部)

▲ 백현국(시인

《삼사문학》은 1934년 9월에 창간되어 1935년 12월에 통권 6호로 종간된 격월간의 순문예 동인지로 연희전문 학생들이 주축이 된 동인지였다. 1934년에 창간하였다고 하여 《삼사문학》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창단 멤버는 신백수ㆍ이시우ㆍ정현웅ㆍ조풍연ㆍ정희준ㆍ김연호ㆍ김영기ㆍ한상진ㆍ한탁근ㆍ이종화 등이었고 창간호는 등사판으로 2부를 찍었다. 1ㆍ2호는 B5판, 3호부터는 A5판으로 인쇄하였다. 4호 까지는 서울에서 5·6호는 동경에서 발행하였다. 2호에 장서언·최영해·홍이섭 등이 참가하였으며, 3호 이후에 황순원·한적선 등이 참가하였다.

이들 동인들은 잡지 발행을 목적으로 한 스무 살 안팎의 학생들로서, 그들의 작품 경향은 정현웅ㆍ조풍연을 제외하고는 슈르레알리즘이나 모더니즘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정희준의 경우 창단멤버에 들어 있었지만 그의 시집을 보면 이시우나 이상이 주도하던 초현실주의와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 삼사문학

아마도 정희준은 《9인회》나 《삼사문학》과 같은 주류 편입을 스스로 거부했거나 자연스럽게 삼사문학의 성격과 이질적인 경향 쪽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혹은 당시 연구하던 사전 편찬 쪽으로 관심이 옮겨간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삼사문학》은1934년 9월 1일 1호가 발간되었는데 63면의 프린트였다. 시, 시조, 소설, 희곡, 수필 등이 실렸는데 김영기, 김원호, 신백수, 유연옥, 이시우, 이종화, 정현웅, 정희준, 조풍연, 한상직, 한탁근 등이다. 1집 이후 정희준은 삼사문학에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삼사문학의 성격도 여러 갈래였다. 현실 의식이 두드러진 이는 1집의 정희준(흐린날의 고민, 찾는 밤), 2집의 최영해(구관조), 3집의 유연옥(최후의 정거장), 4집의 유연옥(미-라제) 등이 보인다. 그외 다다계열(이시우, 한천, 신백수, 이효길, 정병호, 최영해-총 77편의 시중 30편 정도가 초현실주의에 해당))이나 서정 계열(려상현, 임옥인, 정영수, 김대봉, 두춘, 홍이섭, 유연옥, 심백수)등도 나타난다.

정희준의 경우 1집 외에는 삼사문학에 참여하지 않았고, 남북 전쟁 때 자진 월북한 이유(정희준은 50년 12월 2일자 김성칠 선생의 일기 (역사앞에서)에 월북 부분이 나온다. )만 보더라도 작품의 성격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돌방아-정희준

위의 작품 <돌방아>는 정희준의 고향 영천을 배경으로 한 시로 그의 시집 《흐린 날의 고민》 출간 후에 나온 작품이다. 1937년 11월에 나온 시집이 있지만 그 후 월북 때까지 남긴 작품이 여러 편 될 것이다. 정희준은 영천에서 반드시 조명되어야할 사람으로 많이 얘기됐던 인물이다. 실제로 <조선고어사전>을 냈을 만큼 우리말에 대한 애착이 강했던 사람이다.

영천 출신 김성칠 선생이 용비어천가 주해서를 낸 것처럼 정희준도 홍익대 교수를 하면서 우리말 사전 편찬에 공을 들였으니 영천은 물론 문학사적으로도 기릴만한 인물임엔 틀림없다. 선배들이 영천을 척박한 문화의 도시란 말로 자탄하던 문제를 오늘에야 벗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백신애 사업 후, 두 번째 건이 될 거 같다. 그 외에도 논문 <李朝時代의 國文運動>과 사전 <朝鮮古語 辭典>, 수필 <가장 오랜 토끼 傳說>, <말을 말하는 俚諺>, <에카르트와 한글>등이 포착되었다.


* 에카르트 :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뮌헨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선교사(1909~1928)로 《한국말본:Koreanische Grammatik》 《한국의 동화:Koreanisches Marchen》를 출간했다. 특히 독일어로 저술한 《한국미술사:Geschichte der Koreanischen Kunst》(라이프치히, 1929)가 유명하다. 이 책은 8 ·15광복 전, 한국 미술을 일본어 이외의 언어로 소개한 최초의 책으로, 같은 해 영문판 《History of Korea Art》도 런던에서 발행되었다.

 

영천뉴스24 백현국 ycn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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