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건강을 위협하는 환경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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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건강을 위협하는 환경호르몬
  • 전지은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 승인 2021.11.09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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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한 생활을 위해 화학물질로 만든 일상용품 사용이 늘면서 우리는 늘 환경호르몬에 노출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환경호르몬을 줄이기 위해서는 모두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따라야 한다. 환경호르몬이 우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환경호르몬은 일상생활에서 배출된 후 체내로 들어와 여러 호르몬의 생리작용을 교란하는 화학물질로, 정식 명칭은 ‘내분비 교란 물질’이다. 환경호르몬은 오존층 파괴, 지구 온난화와 더불어 세계 3대 환경문제로 간주될 정도로 최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현재까지 약 800여 종의 화학물질이 환경호르몬으로 인정되고 있으나 매년 상업적인 목적으로 새로운 화학물질 수만 개가 만들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점차 더 많이 증가할 것이다. 환경호르몬으로 분류되는 화학물질은 음식을 통한 섭취, 공기를 통한 호흡, 직접적인 접촉 등 3가지 경로를 거쳐 인체에 들어온다.

환경호르몬은 크게 잔류성과 비잔류성으로 나뉘는데,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독성이 강해 자연계에서 파괴되지 않고 생물 농축을 일으켜 생태계에 오랫동안 남아 있으므로 환경에 가장 악영향을 준다. 다이옥신 등을 포함한 31가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은 유엔 결의에 따라 사용이 금지되었다. 반면 비잔류성 유기오염물질들은 체내에서 비교적 쉽게 배출되는데, 플라스틱병·영수증 용지등에 쓰이는 비스페놀 A, 장난감·화장품 용기·바닥재 등에 사용되는 프탈레이트, 전기 절연체로 사용되는 폴리염화비페닐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환경호르몬은 세포에 직접적인 독성을 나타내기보다는 호르몬 수용체와 결합하여 반응하기 때문에, 낮은 농도에서 반응성을 보이다가 농도가 증가하면 반응성이 사라지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안전기준 이하의 낮은 농도로 노출되더라도 결코 안전하지 않으며 일부는 먹이사슬을 통해 단계를 거칠 때마다 농축될 수 있다.

또 여러 환경호르몬이 상호작용을 하므로 하나의 화학물질이 체내에서 다양하게 반응하며 개인에 따라 최종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어 예측이 어렵다는 특징도 있다.

◇ 환경호르몬의 유해성에 지속적인 관심 필요

환경호르몬은 외부 환경에서 우리 몸속으로 흡수되어 체내에서 정상적인 호르몬이 만들어지거나 작용하는 것을 방해하는 내분비교란물질을 말한다. 환경호르몬은 직접 섭취 외에도 피부를 통한 흡수 등 다양한 경로로 우리 몸에 들어와 내분비계 질서를 망가트린다. 특히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점의 신경-내분비계 발달은 환경적인 요인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 환경호르몬과 같은 화학물질은 성호르몬을 교란해서 생식기관 발달이나 신체 성장, 뇌 발달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각종 산업용 화학물질, 살충제와 제초제 등 농약류, 유지중금속류, 소각장의 다이옥신류, 식물에 존재하는 식물성 에스트로겐 등 호르몬 유사물질, DES 등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합성 에스트로겐류와 기타 식품, 식품첨가물 등이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추정되는 환경호르몬에 해당된다. 환경호르몬은 대표적으로 호르몬 분비의 불균형, 생식기능 저하와 생식기관 기형, 성장 저해, 암, 신경계와 면역계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 환경호르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

- 생식기관의 암 발생과 발달 저해

남성의 경우 정자 수 감소, 정자 운동성 감소, 기형 정자 증가, 생식기 기형, 고환암 및 전립선암 등 이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여성의 경우 자궁내막증, 자궁섬유종, 유방과 생식기관의 암 등을 발생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체중증가

지방세포로의 분화 촉진, 식욕 중추 자극 등을 통해 체중 증가를 야기할 수 있다. 다만 같은 화학물질이라도 낮은 농도의 노출은 내분비계 장애를 일으켜 체중을 증가시키나 높은 농도의 노출은 세포 독성 때문에 체중이 오히려 감소될 수 있다.

제2형 당뇨병과 대사증후군 발생

체중 증가와 함께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거나 화학물질이 직접 췌장의 베타세포에 장애를 야기하여 당뇨병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 현재까지 유기염소계 농약, 다이옥신 등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노출이 제2형 당뇨병의 유병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발표되었으며 비스페놀 A, 비소 등도 제2형 당뇨병의 발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 갑상선 기능 이상

갑상선호르몬 농도를 낮추거나 산모의 경우 무증상 갑상선기능항진증의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심혈관질환 위험도 증가

앞서 설명한 비만, 당뇨병 등으로 인해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증가되는 부분도 있지만 환경호르몬이 심혈관 질환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라는 연구 결과들도 발표되고 있다. 다이옥신 농도가 증가할수록 허혈성 심질환에 의한 사망 및 모든 심혈관질환의 사망 위험이 증가했고 건강한 성인에서 비스페놀 A 농도가 증가하면 관상동맥질환의 위험도가 상승했다는 결과도 있다. 하지만 아직 인과관계를 증명할 만큼의 충분한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태아와 신생아에게 미치는 영향

태반을 통과해서 태아의 성적 발달, 대사 질환을 발생시킬 수 있다. 신생아의 성장이나 지능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도 있다.

◇ 환경호르몬 오염 피해 사례

자료 「잔류성유기오염물질 환경 모니터링 백서」 (환경부)

- 폴리염화바이페닐(PCBs) 오염과 가네미 사건

1968년 3월 일본 규슈 가네미 지방에서는 일부 주민에게 이상한 피부염과 간질환, 신경장애 증상이 나타났다. 일본 규슈대학에서 원인 규명에 나서 11월 4일 ‘가네미사(社)’가 사료 원료로 판매한 미강유(쌀겨기름) 제조 시 가열 매체로 혼입된 PCBs(Poly Chlorinated Biphenyl)가 미강유로 흘러 들어가 이를 섭취한 것이 원인이라고 규명했다. 같은 해 2월 ‘가네미사’가 사료 원료로 판매한 ‘다이그유’ 중에도 PCBs가 혼입되어 있어 일본 규슈 지역, 중국 지방의 닭 50만 마리가 폐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가네미사에서는 미강유 탈취 공정에서 가열용 열 매체로 PCBs를 사용하고 있었고, 이것이 가열 파이프에서 누출되어 미강유에 혼입됐다. 그리고 이 공정에서 생성된 미강유 이외의 부산물을 다이그유에 혼합했기 때문에 닭이 모두 폐사하게 된 것이다. 이에 가네미사의 미강유로 인하여 중독된 사람을 ‘가네미유병 환자’라고 불렀고, 이로 인정된 환자는 약 1,068명(1971년 8월)이었다. 다수의 미인정 환자도 있어 실제 환자 수는 3,000~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972년 6월까지 인정 환자 중 17명이 사망했다.

- 다이옥신이 포함된 고엽제

베트남 전쟁 때 사용한 고엽제로 알려진 제초제는 2,4-디클로로 페녹시아세트산(2,4-D)과 2,4,5-트리클로르 페녹시아세트산(2,4-T)의 혼합물로서 다이옥신(2,3,7,8 TCDD)을 불순물로 함유하고 있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은 베트남 국토 전체의 약 15%에 해당하는 면적에 고엽제를 살포했다. 약 7년간 약 5만 톤에 달하는 고엽제가 베트남 삼림 지역에 살포되었으며, 이 중 다이옥신류는 약 100kg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한국군, 미국군, 베트남 주민에게 고엽제의 피부 노출, 호흡기 노출로 인해 각종 질병이 나타났다. 또 고엽제가 생태계에 오랜 시간 잔류하면서 동물 체내에 축적됐고, 그 동물을 섭취하여 인체 노출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고엽제 노출로 인한 인체 피해로는 발암성 질환, 기형아 출산, 정신질환, 두통과 현기증, 가슴통증, 손발 저림, 심장 질환 등이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직까지 고엽제 노출 피해와 증상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자료출처 :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소식 2021년 10월호 발췌

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 대구광역시지부 건강검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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