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문화유산 다시보기] 21 보현산 산행(정각리~시루봉~법룡사~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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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문화유산 다시보기] 21 보현산 산행(정각리~시루봉~법룡사~용소리)
  • 이원석 기자
  • 승인 2021.10.10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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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느티나무, 정각리 3층석탑, 시루봉, 보현산 천문대, 부약산 법룡사…

영천을 대표하는 지역축제인 제18회 영천 보현산 별빛축제가 ‘ON 세상은 반짝일 권리가 있다! 넌 머선 ★29’를 주제로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온택트로 열리고 있다.

현장에서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축제 공식 유튜브 채널 ‘영천보현산별빛축제’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방송을 보면서 달래긴 하지만 뭔가 많이 허전하다. 그 아쉬운 마음을 영천의 진산인 보현산 산행으로 달래기로 했다.

보현산 별빛문화센터
보현산 별빛문화센터

보현산(普賢山은 영천시 화북면과 청송군 현서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1,126.4m이다. 태백산맥의 줄기인 중앙산맥의 중심부에 위치하며 이 산이 하나의 맥을 이루기 때문에 이 자체를 보현산맥이라고도 한다. 남동쪽으로 중앙산맥, 남서쪽으로 팔공산맥이 분기하며 팔공산맥은 보현산에서 남서쪽으로 화산(華山, 828m), 팔공산(八公山, 1,192m), 가산(架山, 902m), 유학산(遊鶴山, 839m)까지 연결되는 맥을 형성하고 있다. 보현천과 화북천이 북쪽과 남쪽 비탈면에서 각각 발원하며, 정상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천문대가 있다.

영천시청 오거리에서 360번 시내버스에 탑승한 지 40분 정도 지나서 정각삼거리에서 내렸다. 벽화거리와 지금은 방치되다시피 한 별빛문화센터를 지나 절골로 들어섰다.

느티나무 보호수
느티나무 보호수

절골은 약 1천년 전 신라말엽 건립된 절이 있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지금도 주춧돌과 기와조각을 볼 수 있다. 절터 맞은편에 탑이 있었다. 원래는 자양면 보현리 탑정(塔亭)에 있던 것을 어떤 스님이 옮겨왔다고 전해지기도 하는데 확실치는 않다. 일설에는 영월엄씨가 마을을 개척해 처음에 효리라고 하다가 후에 절을 짓고부터 절골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고 한다.

보현사
보현사

절골에서 시루봉까지는 3.1km이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으로 제법 힘든 구간이다.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 보호수의 환영을 받으면서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니 고즈넉한 멋은 떨어지지만 보현사가 자리하고 있고 건너편 사과 과수원에 오래된 석탑이 위용을 자랑했다.

과수원 안에 있지만 농작물을 훼손하지 않으면 플라스틱 손잡이를 잡고 고리를 풀면 관람할 수 있도록 해두었다.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269호 지정된 이 잘생긴 탑은 2층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석탑으로 현재는 밭으로 사용되고 있는 조그마한 터에 있다.

영천정각리 3층석탑
영천정각리 3층석탑

본래 기단부를 포함한 탑 전체가 기울어져 있었고, 3층 지붕돌은 땅에 떨어져 있었다, 1981년 방치되어 있던 탑을 해체해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했다. 기단과 탑신부는 각 면마다 기둥모양을 가지런히 새겨놓았고 아래층 기단에는 연꽃무늬가 있다, 꼭대기에는 머리장식을 받치던 네모난 받침만 남아있다.

대체로 통일신라의 양식을 따르면서도 연꽃무늬, 지붕돌 등에서는 전형적인 양식을 벗어나고 있으므로 고려시대에 세운 것으로 추측한다. 병자년 대흉작 때 탑만 남겨놓고 전부 타버렸다고 전한다.

석탑을 보고 나와서 길을 따라 걷다가 갈림길에서 정각사 쪽으로 향하면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된다. 정각삼거리에서 절골, 독립가옥, 샘터, 보현산천문대, 시루봉(1124.4m), 바위전망대, 부약산(791m), 부처굴, 법룡사를 거쳐 용소리까지 여유있게 걸으면 5시간 정도 걸릴듯하다.

보현산 정각사
보현산 정각사

스님 등 몇 명이 농사를 짓고 있는 정각사를 뒤로 하고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소나무 연리목이 나타난다. 서로 다른 나무줄기가 맞닿아 연결된 현상을 연리목이라 하는데 연리지와 함께 두 남녀의 지극한 사랑에 비유되어 사랑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소나무 연리목
소나무 연리목

시루봉까지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연리목 벤치에서 적당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시루봉 1km 남은 지점에 설치된 데크에서 김밥으로 점심식사를 한 후 힘을 내어 시루봉을 거쳐 천문대에 다다랐다.

국내 최대 구경의 1.8m 반사망원경과 태양플레어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 국내 광학천문관측의 중심지로 항성, 성단, 성운과 은하 등의 생성과 진화를 연구하고 있는 보현산천문대도 코로나19로 인해 방문자들의 발길이 뜸했다.

시루봉에서 내려다 본 보현산댐
시루봉에서 내려다 본 보현산댐

시루봉으로 되돌아와 청송쪽에 쳐진 철제펜스를 따라 2.8km 떨어진 법룡사로 향했다. 온 산이 밭메기를 한 듯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것을 보면서 홀로 산행에 대한 걱정이 조금 들었다.

보현산 시루봉
보현산 시루봉

부약산 중턱에 산삼 한 뿌리를 캐어 남편의 불치병을 고친 아내가, 평생 모은 재산으로 산삼을 캤던 자리에 지었다는 전설을 가진 법룡사가 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 탓에 준비해온 생수가 떨어져서 여든이 넘은 노스님에게 부탁하니 1급수를 자랑하는 물을 얻을 수 있었다.

영천 보현산 천문대
영천 보현산 천문대

법룡사에서부터는 임도를 따라 천천히 2.2km 정도 내려가면 용소리 입구에 나오지만 시간 여유가 있어서 입석리 정류장까지 걸어가 휴식을 취하다가 352번 버스를 타고 귀가했다.

모처럼의 산행을 하면서 자연을 음미하고 잠시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평일에다 더운 날씨라서 인적이 드물어 산짐승을 만나면 곤란을 겪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혼자보다는 여러 명이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부약산 법룡사
부약산 법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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