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문화유산 다시보기] 11 진불암 가는 길 ③ 진불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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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문화유산 다시보기] 11 진불암 가는 길 ③ 진불암
  • 이원석 기자
  • 승인 2020.10.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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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 관음봉, 보현봉, 문수사리봉으로 둘러싸인 적멸보궁
수도사에서 3km, 자장율사 ‘나라보호, 백성교화’ 위해 창건

자산(慈山) 권익구(權益九, 1662~1722) 선생의 문집 ‘자산일고(慈山逸稿)’의 ‘공산잡영(公山雜詠)편’에는 1698년 12월부터 1699년 2월까지 정민장(丁敏章), 이담로(李聃老), 하성징(河聖徵), 권치중(權致中) 선비와 함께 팔공산 치산계곡을 유람하며 아름답고 색다른 것을 뽑아 ‘십경(十景)’을 정하고, 감회를 읊은 시 50수가 실려 있다.

자산일고 속에 나오는 공산십영, 이는 치산의 10가지 빼어난 풍광에 대해 자신이 7언절구로 시를 읊고, 벗들이 원운의 운자에 따라 화답을 한 것을 모은 시집이다.<편집자주>

수도사에서 3km 떨어진 진불암(眞佛庵)은 권익구 선생의 ‘공산잡영(公山雜詠)’ 십경(十景) 중 구경(九景)에 해당한다.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배웠다 주눅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산행도중에 현수막에 새겨놓은 ‘서산대사 해탈시’를 음미하다보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공산폭포를 음미한 후 현수교와 은수교를 건너 부도탑을 지나 천하절경의 산과 숲이 어우러진 진불암으로 가는 길은 무척이나 아름답다.

팔공산 제1봉 비로봉 정상아래 자리 잡은 진불암은 진평왕 632년 자장율사(590~658)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자장율사는 신라를 불국토로 만들기 위해 홀로 깊고 험한 산골짜기인 이곳 암자에서 고골관(槁骨觀, 깊은 산중에 들어가 시체가 썩어서 백골만 남을 때까지 그 모습을 보면서 불도를 닦음)을 닦으며 정진을 계속하던 중 636년(선덕여왕 5) 제자 10여명과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 청량산(오대산)에서 기도를 하다가 문수보살을 친견하게 된다.

그 화현승으로부터 부처님의 정골과 진신사리, 금란가사 한벌, 발우와 시구계를 받고, 당태종에게 신라에 불상과 불경이 미비함을 말하며 ‘대장경’ 한질과 화개(불전 내에서 불상의 상부 천장을 장엄하는 일종의 닫집) 등을 골고루 갖추어 643년 신라의 위태로운 소식을 전해 듣고 7년 만에 귀국한다.

귀국 후 자장율사는 백제의 공격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하고, 불교를 통해 백성을 교화하기 위해 팔공산 제1봉 비로봉 아래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봉안하고, 진불암이라 했다고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다.

진불암은 뒤에는 팔공산 제일봉인 청정법신 비로봉, 앞에는 관음봉, 오른쪽에는 실행제일 보현봉, 왼쪽에는 지혜제일 문수사리봉으로 사방이 불보살들로 장엄되어 있는 적멸보궁이며, 호국불교의 성지이다.

원래 진불암 계곡에는 건너편에 또 하나의 암자가 있어 두 성인이 수도를 하고 있었는데 관세음보살 현신 후 그 암자는 쇠락해 사라지고, 진불암만이 청정도량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진불암 주지 동승 스님은 “지난 2015년 6월 7일(음력 4월 21일) 진불암 법당에 모셔진 석불은 제1석굴암 수호불로 엄격한 고증을 거쳐 제1석굴암 중창 불사가 이루어지는 대로 불자님들과 함께 이 수호불을 다시 제자리에 모실 것”이라고 밝혔다.

 

진불암(眞佛庵)

결암돌동명명진(結庵湥洞命名眞)

진적공부일일신(眞積工夫日日新)

승호막염심진객(僧乎莫厭尋眞客)

오불이진사속인(吾不頤眞謝俗人)

 

암자(庵子)엮은 깊은 골 이름을 참(眞)이라 지었으니

공부가 참되게 쌓여 나날이 새롭겠네.

중이여! 찾아오는 참된 손님 싫어하지 말게나,

내가 참 기르지 않으면 속인(俗人)들도 사절하리니

<권익구(權益九)>

 

부제현차장(附諸賢次章) : 제현(諸賢)들의 차운(次韻)한 글을 붙임

비공공척불암진(飛筇共擲佛庵眞)

답월천운흥갱신(踏月穿雲興更新)

선자휴혐객진도(仙子休嫌客塵到)

아금돌승낙한인(我今揬勝樂閒人)

 

지팡이 날리면서 같이 찾은 진불암은

달 밟으며 구름 뚫으니 흥이 더욱 새롭다.

선자(仙子)여, 속인 찾음을 싫어하지 말게나,

나 이제 명승지 찾는 한가한 이들 즐기리니

<정민장(丁敏章)>

 

암주돌산보계진(庵住湥山寶界眞)

고승독좌련공신(高僧獨坐鍊工新)

항사불역령신호(恒沙佛域靈神護)

희도풍진사속인(稀到風塵謝俗人)

 

암자는 깊은 산에 있어 보계(寶界)의 참이라서

고승(高僧)의 홀로 앉은 연공(鍊工)이 새롭구나

항사(恒沙)의 불역(佛域)에는 영험스런 신(神)이 보호한다지만

풍진(風塵)이 드물게 이르러 속인들을 사절하네

<이담로(李聃老)>

 

암재유돌가양진(庵在幽湥可養眞)

선승련도일유신(禪僧鍊道日惟新)

오금둔세방유차(吾今遯世方留此)

갱각청산불부인(更覺靑山不負人)

 

암자가 깊은 골에 있어 가히 참을 양성하고

선승(仙僧)은 도를 연마하여 날로 오직 새롭다나

이제 세상에서 숨어 여기에 머무르려네

다시금 푸른 산은 우릴 배반치 않음을 깨달았으니

<하성징(河聖徵)>

 

지벽단의양성진(地僻端宜養成眞)

불암소쇄흥유신(佛庵蕭灑興惟新)

기간우유노선자(其間又有老禪子)

면벽관심절세인(面壁觀心絶世人)

 

땅은 궁벽 진 끝이라 성품의 참다움 양성해서인지

진불암(眞佛庵)은 쓸쓸하여도 흥이 오직 새롭다

그 사이에 또한 늙은 선승(彈僧)이 있어

면벽(面壁)과 관심(觀心)으로 세인(世人)들을 사절하네

<권치중(權致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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