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문화유산 다시보기] 9 진불암 가는 길 ① 망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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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문화유산 다시보기] 9 진불암 가는 길 ① 망폭대
  • 이원석 기자
  • 승인 2020.09.2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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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권익구의 ‘공산십영’ 친구들과 팔공산 절경 감회 읊어
만폭대 - 맑은 물과 주변 산세 조화 이룬 공산폭포 경관 노래

자산(慈山) 권익구(權益九, 1662~1722) 선생의 문집 ‘자산일고(慈山逸稿)’의 ‘공산잡영(公山雜詠)편’에는 1698년 12월부터 1699년 2월까지 정민장(丁敏章), 이담로(李聃老), 하성징(河聖徵), 권치중(權致中) 선비와 함께 팔공산 치산계곡을 유람하며 아름답고 색다른 것을 뽑아 ‘십경(十景)’을 정하고, 감회를 읊은 시 50수가 실려 있다.

망폭정
망폭정

자산일고 속에 나오는 공산10영, 이는 치산의 10가지 빼어난 풍광에 대해 자신이 7언절귀로 시를 읊고, 벗들이 원운의 운자에 따라 화답을 한 것을 모은 시집이다.

공산폭포
공산폭포

권익구 선생은 생원 권응도(1616~1673) 선생의 아들이다. 화산면 가상리 별별미술마을에 가면 권응도 선생의 호를 비롯해 풍영정(風詠亭)이라는 이름의 정자와 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글에서나마 그분의 아들을 접하니 감회가 새롭다.

권응도(權應道)의 자는 사홍(士弘), 호는 풍영정(風詠亭)이며 슬하에 2남 1녀를 두었다. 아들은 권익구(權益九)와 권명구(權明九)이며, 사위는 성산인(星山人) 이한(李漢)이다. 1662년(현종 3) 늦은 나이에 사마시에 합격해 생원이 되었다. 천성의 자품이 순박하며 두텁게 배우고 힘써 행했으며 저서로는 석판본인 2권 1책의 ‘풍영정일고(風詠亭逸稿)’가 있다.

자산일고(慈山逸稿)는 조선후기 학자 권익구의 시가와 산문을 엮어 1890년경에 간행한 시문집. 2권 1책. 석인본. 간행연도는 확실하지 않으나 대략 1890년경 5대손 사열(師烈), 외손 김영섭(金寧燮), 7대손 석준(錫峻) 등이 편집, 간행했다.

권두에 황헌의 서문이, 권말에 사열·김영섭·석준 등의 발문이 있다. 권1에 시·만사 61수, 잡저 1편, 문(文) 4편, 유사 1편, 권2에 부록으로 만사 29수, 제문 5편, 행장·묘갈명·묘지명·가장 각 1편 등이 수록되어 있다.

십경은 고풍정(古楓亭)‧망폭대(望瀑臺)‧환희교(歡喜橋)‧은신굴(隱身堀)‧괘호암(掛瓠巖)‧와룡석(臥龍石)‧법왕봉(法王峰)‧사리치(獅利峙)‧진불암(眞佛庵)‧수침성(水砧聲)이다.

영천시 신녕면 치산리 수도사를 출발해 진불암으로 가면서 접하는 만폭정과 은둔굴, 진불암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수도사
수도사

영천시청에서 자동차로 40여분 만에 수도사에 도착할 수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인 은해사(銀海寺)의 말사인 수도사는 647년(진덕여왕 1)에 자장(慈藏)과 원효(元曉)가 창건했다고 한다. 여러 차례의 중창·중건을 거쳐 1985년 삼성각을 지었고 2000년에는 석조약사여래 삼존상을 봉안했다. 원래의 명칭은 금당사(金堂寺)였지만, 화재로 소실된 뒤 중창을 할 때 이름을 바꾸었다고 전한다.

수도사 극락전
수도사 극락전
수도사 원통전
수도사 원통전
수도사 보화루
수도사 보화루

현존하는 당우로는 법당인 원통전(圓通殿)과 삼성각·산령각·해회루·요사채 등이 있다. 괘불(掛佛)은 1704년(숙종 30)에 조성한 노사나불(盧舍那佛)로 보물 제127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근래에 지은 보화루에 노사나불 괘불탱화 축소판을 전시하고 있다.

수도사 석조약사여래삼존상
수도사 석조약사여래삼존상
수도사 삼성각과 산령각
수도사 삼성각과 산령각

괘불탱의 제작연대는 조선 숙종 30년(1704)이며 재질은 마본채색이고 그림의 크기는 길이가 8.36m, 폭은 4.32m이다. 둥근 원안에 석가모니의 동일신인 노사나불이 화려한 독존형식으로 그려져 있다. 보관 주위로는 삼신불 중 법신불(法身佛)인 비로자나불 형태의 화불(化佛)이 일곱 분 모셔져 있다.

수도사 노사나불 괘불탱화 축소판(보화루)
수도사 노사나불 괘불탱화 축소판(보화루)

그림의 색상은 붉은 색과 녹색 위주이나 몸 광배(光背) 바탕과 하의 자락을 하늘색으로 처리해 중앙의 상을 훨씬 돋보이게 한 것이 특징적이다. 다소 둥글넙적해진 얼굴에 움츠러진 듯하면서도 풍부한 둥근 어깨, 약간 처진 눈썹, 색상 등에서 조선 효종‧숙종 때 불화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고 있어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공산폭포
공산폭포

수도사에서 계곡을 따라 1.5km 지점에 자리 잡고 있는 공산폭포는 일명 ‘치산폭포’라고도 한다. 팔공산 남쪽과 서쪽으로부터 에워싸고 있는 광활한 일대의 원시림 지대에서 흘러내리는 이 폭포는 3단으로 총연장 60m, 높이 30m, 폭 20m 정도로 팔공산에 산재해 있는 폭포 가운데 가장 낙차가 크고 낙숫물이 풍부하며, 계곡의 맑은 물과 주변의 산세가 조화를 이루어 경관이 좋다.

망폭대(望瀑臺)란 ‘폭포를 바라보는 장소’라는 뜻으로 팔공산 ‘치산십경(雉山十景)’의 하나이다. 1698년에 공산폭포를 찾았던 이담로(李聃老)의 ‘누가 이 경치에 빠져 이 대(臺)를 만들었나<誰耽此景臺斯築>’하는 시구와 하성징(河聖徵)의 ‘태수는 누구라 이 대(臺)의 이름을 지었는가<太守誰爲臺號命>’ 라는 시구로 보아, 당시 신녕현감(新寧縣監)이 이 자리에 석축(石築)을 쌓아 대를 만들고, ‘망폭대(望瀑臺)’ 라고 명명(命名)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하성징의 ‘신룡(神龍)이 노해 뿜는 백충의 파도<神龍怒噴百層波>’ 라는 시구와 정민장(丁敏章)의 ‘돌을 치는 힘센 파도 옥빛 물결 뒤집는데<擊石雄濤倒玉波>’ 라는 시구는 망폭대(望瀑臺)에서 바라본 공산폭포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경북도팔공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에서 2014년 1월 8일 영천시 신녕면 팔공산자락 치산계곡 내 공산폭포에서 수도사 법광 스님, 진불암 혜경 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망폭정(望瀑亭) 현판식을 가진 바 있다.

팔공산 내 치산계곡 십경(十景) 중 하나인 망폭대(望瀑臺)는 조선시대 각 고을의 현령과 시인묵객이 공산폭포의 뛰어난 절경을 감상한 뒤 시를 읊고 풍류를 즐기던 정자로 팔공산의 명소로 손꼽힌다.

다음은 ‘망폭대’를 주제로 지은 원운시와 차운시이다.

 

망폭대(望暴臺) 원운(原韻) 권익구(權益九)

옥설분현산백파(玉屑分懸散白波)

은항여대일조하(銀缸如帶一條河)

등임여식대명미(登臨如識臺名美)

태수당년호사다(太守當年好事多)

 

옥가루(玉屑) 나뉘어 걸려 흰 물보라 흩트리는데

은 항아리는 띠와 같이 하나의 물줄기를 쪼갠다.

등임(登臨)해 보니 대(臺)이름 아름다운 줄 알겠으니

우리 태수(太守)의 올해는 좋은 일 많으리라.

 

망폭대(望暴臺) 차운(次韻) 정민장(丁敏章)

격석웅도도옥파(擊石雄濤倒玉波)

비류직하황은하(飛流直下怳銀河)

여산폭포수언승(廬山瀑㳍誰言勝)

원피방지차경다(援彼方知此景多)

 

돌을 치는 힘센 파도 옥빛 물결 뒤집는데

나르는 물의 똑바로 내려옴은 은하수와도 같구나.

여산(廬山)의 폭포 어느 누가 이보다 낫다더냐?

저(廬山瀑布)를 당겨보니 바야흐로 이 풍경이 나음을 알겠네.

 

망폭대(望暴臺) 차운(次韻) 이담로(李聃老)

 

산옥려반도난파(散玉瓈盤倒亂波)

청천의각낙명하(靑天疑却落明河)

수탐차경대사축(誰耽此景臺斯築)

태수풍류일배다(太守風流一培多)

 

유리 같은 너럭바위에 옥이 흩어져 어지러운 파도를 뒤집으니

푸른 하늘에서 흡사 밝은 은하수가 떨어지는 듯

누가 이 경치에 빠져 이 대(臺)를 만들었나.

태수의 풍류(風流) 한 배(倍)는 많으리라.

 

망폭대(望暴臺) 차운(次韻) 하성징(河聖徵)

 

신룡노분백층파(神龍怒噴百層波)

의시청천도백하(疑是靑天倒白河)

태수수위대호명(太守誰爲臺號命)

풍류호사차중다(風流好事此中多)

 

신룡(神龍)이 노해 뿜는 백층(百層)의 파도

이는 푸른 하늘의 흰 은하수가 거꾸로 된 듯하다.

태수는 누구라 이 대(臺)의 이름을 지었는가.

풍류(風流)와 호사(好事)는 이 가운데 많은 것을

 

망폭대(望暴臺) 차운(次韻) 권치중(權致中)

 

망폭대전망견파(望爆臺前望見波)

시여이백영은하(時如李白咏銀河)

공산승경여산사(公山勝景廬山似)

능사소인흥자다(能使騷人興自多)

 

망폭대(望爆臺) 앞에서 파도를 보니

이백(李白)이 은하수 읊을 때와 같네.

팔공산(八公山)의 뛰어난 경치 여산(廬山)과 흡사해

능히 시인들로 하여금 흥이 스스로 많게 하네.

마지막 차운시는 영천향교국학학원에서 한학을 가르치고 있는 규보(頃步) 정재진(네이버 블로그 ‘공자서당’ 운영) 씨가 최근에 쓴 작품이다.

 

망폭대(望暴臺) 차운(次韻) 정재진(丁再鎭)

 

백척암두망백파(百尺巖頭望白波)

중류차회작현하(衆流此會作懸河)

노룡분무진기경(怒龍噴霧眞奇景)

원방유인흥자다(遠訪遊人興自多)

 

백척의 바윗머리에 하얀 물결 보이는데

많은 물 여기에 모여 폭포를 만들었네

성낸 용 안개 뿜으니 참으로 기이한데

멀리서 찾은 노는 이들 흥은 절로 많아라

 

정재진씨는 “물골이란 이름답게 치산계곡은 물이 넉넉하다. 진불암이 위치한 비로봉으로부터 쏟아진 물과 신녕재 등지의 크고 작은 계곡에서 내려온 물이 공산폭포 위에서 모아져 장대한 3단폭포인 공산폭포를 만든다. 지금은 폭포가 바라보이는 곳에 망폭정(望瀑亭)을 새로 지었지만 예전에는 돌로 만든 돈대가 있었으리라 생각된다.”며 “7언절구로 된 몇 수의 시가 걸려 있는데 원운(原韻)은 자산 권익구의 시로서 놀랍게도 지난날 내가 풀이했던 자산일고의 내용이다. 일순 반가운 마음에 나 또한 원운에 따라 차운으로 짧은 시를 짓는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망폭대 자리에 망폭정이 생겨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그 아름다움은 여전한 것 같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경치를 바라보면서 걷기 좋은 치산계곡. 올가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택트로 즐기기 좋은 이곳에서 산행하면서 옛 선비들의 풍류를 누리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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