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문화유산 다시보기] 15 팔공산 둘레길 13구간 약사암 입구~은해사 산행
상태바
[영천문화유산 다시보기] 15 팔공산 둘레길 13구간 약사암 입구~은해사 산행
  • 이원석 기자
  • 승인 2020.06.24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효암, 마애여래좌상, 기기암, 안흥폭포, 서운암, 은해사
‘자연과 함께 걷는 호젓한 산길’ 볼거리도 많아

서울이 62년 만의 6월 최고 기온 35.4도를 기록하면서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경북내륙에도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지만 미리 계획한 팔공산 둘레길 13구간인 약사암 입구에서 은해사까지 산행을 하기로 했다.

약사암 입구
약사암 입구

시내보다는 산길이 오히려 시원하고 혼자 가는 산행이라서 준비를 잘해 천천히 걸으면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내가 정성스레 싸준 도시락과 생수, 온수와 커피, 콜라겐, 과자 등 먹거리와 수건, 휴대용 선풍기, 자리 등 완벽하게 챙겼다.

원효암 초입
원효암 초입

영천시내에서 55번을 타고 하양초교 건너편에서 803번으로 환승하면 14구간 들머리인 약사암 입구에 도착하게 된다. 걸을 구간은 약사암 입구 삼거리~원효암 입구 삼거리 200m, 원효암 입구 삼거리~원효암 600m, 원효암~범어고개 1.2km, 범어고개~기기암 1.2km, 기기암~은해사 2.4km로 총 5.6km이다.

원효암
원효암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에 위치하고 있는 원효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 은해사의 말사로 668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1882년(고종 19) 긍월대사(亘月大師)가 중창했으며, 1980년 대웅전과 삼성각을 세웠다. 1986년에는 팔공산 일대에 산불이 크게 일어 전각 등이 소실되었으나 1990년에 중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원효암 산신각
원효암 산신각

현존하는 당우로는 법당인 극락전을 비롯해 사자루, 산신각, 요사채 등이 있다. 암자 뒤편의 암벽에 동북향으로 조각한 마애여래좌상(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386호)이 있다. 이 절 위에는 삼복더위에도 얼음같이 찬 약수가 있는데, 이 약수 때문에 원효암을 냉천사(冷泉寺)라고도 부른다.

원효암 마애여래좌상
원효암 마애여래좌상

마애여래좌상은 ‘바위에 새긴 앉아있는 부처님’을 뜻한다. 원효암 마애여래좌상은 높이 약 4m에 이르는 큰 바위 앞면에 배 모양으로 홈을 얕게 파고 그 속에 불상을 돋을새김으로 조성했다. 여래좌상은 연꽃모양 받침 위에 결가부좌한 모습으로 돋을새김기법으로 새겼다. 감실의 높이는 158cm이고 연꽃모양 받침의 크기는 폭 128cm, 높이 22cm이며 불상의 높이는 110cm이다. 육계(肉契)가 크고 귀가 길어 전체적으로 균형을 잘 이루고 있으며 좌불 뒤쪽으로는 광배(光背 : 불상의 배후에 광명을 나타낸 의장)가 새겨져 있다. 법의(法衣)는 통견(通肩)이며 무릎을 덮고 있다. 불상의 조각기법으로 보아 통일신라 작품으로 판단된다. 2006년 6월 29일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86호로 지정되었다.

마애여래좌상에서 완만한 비탈길로 1km정도 오르면 범어고개가 나타난다. 능선과 내리막길을 따라서 다시 1.2km 지나면 기기암이 나타나는데 전반적으로 무난한 길이 이어진다.

기기암
기기암

기기암은 애장왕 때 국사로 봉안된 정수(正秀)스님이 816년(헌덕왕 8)에 창건했고 1546년에는 쾌선스님이 중건해 안흥사(安興寺)라 했으며 60여 명의 승려가 살았다고 한다. 그 뒤 1823년에 중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우로는 요사와 법당을 겸한 건물 1동이 있고 선방은 정면 5칸, 측면 2칸의 규모에 팔작지붕 건물로 근래에 조성되었다. ‘신기사바 심기극락(身寄娑婆 心寄極樂)’이라 해 “몸은 비록 사바세계에 있으나 마음은 극락에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편안한 수행처이다. 현재 선방에는 비구스님들이 참선 정진 중이다.

기기암 앞쪽에 길손에게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서인지 잘생긴 정자가 지어져 있었다. 조용한 음악을 감상하면서 혼자서 먹기에 아까울 만큼의 음식과 간식을 먹고나서 마신 한잔의 커피는 젊은 시절 추억을 음미하게 했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 아니라서 자연바람을 맞으면서 한숨자고 싶었지만 넓은 돗자리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다시 길을 나섰다.

기기암에서 은해사로 내려가는 길
기기암에서 은해사로 내려가는 길

은해사에서 기기암으로 오르는 837m 좁은 길 구간에 안내판에 세워져 있다. 길이 좁으므로 진입할 때 경광등을 켜면 반대편 차량이 기다려 주게 되어 있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지금껏 나로서 삶을 살고 있었던가. 아니면 나의 무엇인가를 위해 살고 있었던가.” 기기암을 오르는 길, 경광등이 작동하는 시간 동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안흥폭포
안흥폭포

기기암에서 안흥폭포, 서운암을 거쳐 은해사까지 이어지는 2.4km 길은 호젓하다. 코로나19에 무더위까지 겹쳐서 그런지 인적이 느껴지지 않았고 나무그늘과 계곡 물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서운암
서운암
서운암 산령각
서운암 산령각

갈림길에서 100m 떨어진 안흥폭포로 향했다. 이름은 기기암의 옛 명칭인 안흥사에서 따온 듯했고 폭포로 가는 동안 무더운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야영이 가능한 곳인지는 모르지만 텐트치고 하룻밤 유하고 싶었다. 수량이 좀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은해사 템플스테이 수련관
은해사 템플스테이 수련관

 

은해사 극락보전
은해사 극락보전

은해사의 말사인 서운암의 전해지는 사찰 기록이 전혀 없다. 폐사로 남아 있었으나 6.25 이후 중건해 한 분의 스님이 거처하고 있었다고 전하는데 최근에 새로 지은 것으로 보인다. 산령각은 정면 1칸, 측면 1칸의 자그마한 전각으로 겹처마 맞배지붕의 목조건물이다. 창호는 빗살문살로 짜여져 있으며 안에는 산신상(山神像)만을 봉안하고 있다.

은해사 보화루
은해사 보화루

은해사는 조선 31본산, 경북 5대본산,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본사의 자리를 지키는 경북지방의 대표적 사찰로 대한민국의 보물 제1270호인 은해사 괘불탱화를 비롯해 김정희가 직접 쓴 편액 등 문화재가 많이 남아있다.

은해사 금포정길
은해사 금포정길
은해사 일주문
은해사 일주문

금포정길을 걸어 나오면서 생명의 존엄함을 느꼈고 일주문 앞쪽에 잘 조성된 공원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절과 암자 소개, 고승들, 공연장, 정자를 비롯한 각종 조형물을 아름답게 만들어 놓았지만 찾는 사람이 없는지 쇠락해져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은해사 공원
은해사 공원

은해사 정류장에서 한참동안 버스를 기다리다가 결국 신녕으로 갔다가 하양으로 되돌아 나오는 220번 버스를 타고 하양에서 555번으로 환승, 집으로 돌아왔다.

도심에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자연은 우리를 감싸주는 것만 같다. 약사암 입구에서 은해사로 이어지는 팔공산 둘레길 14구간은 맑은 공기와 상쾌한 바람, 시원한 그늘 그리고 발을 편하게 해주는 흙길을 밟으며 일상에 지친 심신을 달래주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