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문화유산 다시보기〕 3 임고면 선원마을
상태바
〔영천문화유산 다시보기〕 3 임고면 선원마을
  • 이원석 기자
  • 승인 2020.06.01 15: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택트 경북관광지 23선(選)’에 선정된 전통마을
영천의 무릉도원, 살기 좋은 세 마을 중 하나
고택, 정자, 재실 등 많이 남은 영일정씨 세거지

코로나19의 위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항공, 선박, 식당, 숙박업소 등 여행 관련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여행자들의 발걸음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함계정사
함계정사

생활 속 거리두기와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을 보완하기 위해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에서 ‘언택트 경북관광지 23선(選)’을 발표했다. ‘언택트 관광’이란 ‘콘택트(contact·접촉)’에 부정을 의미하는 ‘언(un)’을 붙인 말로 비대면, 비접촉을 뜻한다.

선원마을 연리지
선원마을 연리지

경북도내 23개 시군에 흩어져 있는 명소 중에서도 둘레길, 숲, 공원 등 다른 관광객과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도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영천에서는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를 떠나 고택이 늘어선 흙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추억에 마음도 따스해지는 선원마을이 선정됐다.

영천 선원마을 외에 포항 호미반도해안둘레길, 경주 건천편백나무숲, 김천 김천친환경생태공원, 안동 하회마을, 구미 금오산 올레길, 영주 무섬마을, 상주 경천대 전망대, 문경 진남교반, 경산 반곡지, 군위 한밤마을 돌담길, 의성 조문국사적지, 청송 주왕산, 영양 맹동산풍력발전단지, 영덕 벌영리 메타세콰이어길, 청도 청도읍성, 고령 지산동고분군 고분가얏길, 성주 성밖숲, 칠곡 관호산성 둘레길, 예천 회룡포 전망대와 뿅뿅다리, 봉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울진 등기산 스카이워크와 등기산 공원, 울릉 행남해안산책로가 23선에 포함됐다.

산수의 경치가 무척 아름답고 학산이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도연명의 무릉도원에 비유해 선원이라 불렀다는 임고면 선원마을. 마을의 동쪽과 남쪽으로 자호천이 흐르고, 북으로는 덕연리와 서로 맞닿으며, 서쪽으로는 화북면과 접하고 있다.

솔숲
솔숲

선원마을 뒷산 언덕이 고리모양으로 마을을 감고 있다고 해 환고(還皐) 또는 대환(大還)이라 하는데 영천에서 살기 좋은 세 곳 ‘일 자천, 이 환고, 삼 평호’ 중에 속한다.

지금도 마을에 들어서면 고색창연한 기와 지붕과 정자의 헌함(軒檻, 난간이 있는 좁은 마루)들이 즐비해 반촌으로서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으며 마을 뒤에 있는 선조의 묘소를 중심으로 1만여㎡의 울창한 송림이 우거져 있어 그 경관이 매우 아름답다.

본래 영천군 환귀면의 지역으로서 선원이라 했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대환동을 병합해 임고면에 편입됐다. 조선 인조 때 벼슬에서 물러나 입향한 정호례라는 선비가 도연명의 무릉도원에 비유해 선원이라 부른 것이 이 마을의 이름이 되었으며 영일정씨가 주성을 이루고 있다.

마을 입구에 주차한 후 연리지를 구경하고 왼쪽 언덕길을 오르니 문화재자료 제230호인 함계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정사에 올라서면 야트막한 산 아래 펼쳐진 굉밭ㆍ평천들과 정겨운 집들, 저마다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자동차와 함께 저 멀리 보이는 평천보가 마음속의 여유로움과 함께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게 한다.

연정고택
연정고택

정면 3칸, 측면 1.5칸의 이 건물은 임진왜란 때 영천의병장 호수 정세아의 현손인 함계 정석달(1660~1720)이 숙종 28년(1702)에 학문을 강학하기 위해 정자건립을 시도했으나 재력이 부족해 우선 소재(小齋)를 지은 것이 안락재이다.

연정고택
연정고택

그 후 정조 3년(1779) 손자 일찬(1724~1797)이 중건해 함계정사라 했다. 정석달은 갈암 이현일의 문하에서 수학한 성리학자로 병와 이형상, 횡계 양수와 학문을 토론하며 일생을 보냈다. 가례혹문 등 3권의 문집이 남아 있고 대산 이상정이 서문을 지었다.

연정
연정

정사 뒤 솔밭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서 도보로 동네를 돌아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자동차를 타고 안쪽까지 다녔는데 천천히 걷노라니 한층 더 운치가 느껴졌다.

함계정사 왼쪽으로 농로를 따라 조금 걷다 보니 연정고택(정용준씨 가옥)이 나타났다. 선원마을은 가장 안쪽 골의 학머리 혈에 종가인 영천 정용준씨 가옥이 있고, 그 앞마을을 관통하는 하천가에 별당인 연정(蓮亭)이 있는데, 연정은 ‘학이 물을 먹는 모습’으로 길지라 하며 지난 2006년 이병헌·수애가 주연한 영화 ‘그해 여름’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동연정
동연정

종가 아래쪽의 학의 날개 부분으로는 영일 정씨 일가의 가옥을 비롯해 정자·정사·재실 등 생활·교육·여가·의식 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고유한 전통 동족마을을 이루고, 꼬리 부분에는 마을 입구의 진입 부분에 선원천·정자목·동연정·조앙대·덕소 등 마을 앞 자연경관과 마을의 상징성을 돋보일 요소들이 구성되어 있다.

선원마을에는 중요민속문화재 제107호로 지정된 영천 정용준씨 가옥(연정고택)을 비롯해 연정(蓮亭), 괴헌고택(槐軒古宅), 함계정사(涵溪精舍), 학파정(學坡亭), 송고헌고택(松皐軒古宅, 도곡요), 동연정(東淵亭), 학파정(學坡亭), 송원재(松源齋), 경괴재(景槐齋) 등 고택과 근대 한옥·정자·재실 등이 남아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이 화남면 귀호리에 있는 귀애정 느낌이 나는 동연정이었다. 선원마을 가운데 인공 연못 곁에 있는 정자로, 정조 때 학자인 정백휴(鄭伯休, 1781~1843)를 추모해 후손들이 건립했는데 최근 연못이 복원되어 운치를 더했다.

세월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동네 곳곳에 들어선 현대식 가옥들, 과수원과 밭들로 인해 옛 정취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어 안타깝지만 마을을 보존하기 위해 동연정을 보수하고 안내판을 정비하는 등 작은 노력이라도 보이는 것 같아 서운함이 조금이나마 덜어졌다.

긴 불경기 뒤에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경제적, 심리적으로 무척이나 어려운 때다. 이럴 때일수록 움츠러들지만 말고 쾌적한 자연 속에서 지친 일상을 치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쉬는 날, 도시락 사 들고 반촌인 선원마을을 찾아서 영화 속 주인공도 되어 보고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통해 삶의 휴식을 취해보는 것은 어떨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