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석의 도쿄통신 62 - 스모도(道)&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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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의 도쿄통신 62 - 스모도(道)&문화
  • 박정석(도쿄 거주)
  • 승인 2020.04.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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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일본의 전통 스포츠 신년 첫 스모 대회가 끝났다. 이번에 우승자는 전혀 예상을 못한 마그우찌(幕内, 1부 리그)의 최하위 그룹에서 나왔다. 그것도 20년 만에 나와서 모두가 놀라며 TV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었다.

일본의 씨름 스모는 한국의 씨름 대진과는 많이 다르다. 마그우찌(幕内)라 함은 1부 리그로 스모의 최상위 리그다. 모든 스모인은 실력에 따른 6등급으로 나누어져 있고, 같은 소속의 선수들과는 싸우지 않는 등 복잡한 대진 규칙이 있다(설명 불가, 추후 집중 분석 예정).

그런데 필자는 스모 선수 출신인 TV해설자의 짧은 한마디가 생각을 멈추게 한다. 이번 "徳勝龍誠(도쿠쇼우류 마코또) 선수는 우승을 하고도 포효를 하는 등의 퍼포먼스를 전혀 하지 않는 멋진 <스모도(道)>를 보여 주었습니다"

스모도(道)! 스모도! 스모도? 그것은 일본 문화를 이야기함이다. 일본인은 우리와 많이도 다르게 기쁨을 마음껏 표현하지 않는다. 슬픔 또한 남들이 함께 크게 슬퍼할 정도의 통곡하는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것을 일본인들이 문화적 미덕으로 삼는다.

필자의 기억 속 더 먼 곳에서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TV인터뷰 속 고베 지진에서 가족이 목숨을 잃은 피해를 입고도 손을 가리며 조용히 슬퍼하는 가족이 있었다. 당시 방송국 게스트로 나온 한 연예인의 이야기가 너무도 일본의 문화를 잘 나타내는 내용이었다.

"왜 우리 일본인은 가족을 잃었음에도 저런 슬픔밖에 표현을 못하나요. 한국 사람들 보세요. 자기 가족이 죽으면 땅을 치고 어머니~ 아버지~ 하면서 큰 소리로 마음껏 표현합니다. 일본인들도 마음껏 슬픔을 표현해야 합니다"

일본인! 기쁨도 슬픔도 그들이 만들어온 역사 속 절제의 틀을 벗어나지 않을 때, 그 <응축>이 멋으로 인정되고 예(禮)로서 인정받고, 품위로 인정받는 문화! 이방인들에게는 그것을 아름답다고만 할 수는 없으나 문화 속 그 어떤 도(道)를 느끼기도 한다.

또 그러한 문화가 일본인 다운 다 표출하지 않은 <응축>된 에너지가 오늘의 선진국으로 있게 하는 힘일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려본다.

글을 쓰는 훌륭한 작가들은 그 어떤 재능도 있겠지만 나 홀로 있는 시간을 소중히 여긴다고 한다. 생각을 말로 다 표출하지 않고 <응축> 시킬 때, 일종의 ‘예술적 혼수상태’로 되어서야 명작이라는 큰 보상이 따른다고 한다.

절제가 있을 때 미학을, 도(道)를 인정하는 일본인들의 문화를 존중한다. 그러나 우리는 대륙의 기질이 더 많은 것일까. 승리를 마음께 함께 만끽하는 포효를 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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