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 둔덕면 둔덕기성·청마 유적, 산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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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둔덕면 둔덕기성·청마 유적, 산달도
  • 이원석 기자
  • 승인 2020.04.21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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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왕 의종, 시인 유치환, 연륙교로 육지가 된 섬 이야기

거제도로 가는 길은 멀었다. 이른 아침 영천을 출발해 부산, 거가대교를 거쳐 거제시 둔덕면 내평항에서 통영 쪽을 바라보면서 여유를 찾은 후 임도를 거슬러 올라가 둔덕기성(폐왕성)에 닿았다.

국가사적 제509호로 지정된 둔덕기성(屯德岐城)은 7세기 신라시대 축조수법을 알려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현문식(懸門式) 구조인 동문지(東門址)와 삼국시대 초축(初築)되고 고려 시대 수축(修築)된 성벽 등은 축성법의 변화를 연구하는 데 학술적으로 중요한 자료이다.

고려사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문헌에 따르면 1170년(고려 의종 24)에 정중부 등이 무신난을 일으켰을 때 왕이 이곳으로 쫓겨와 3년 동안 머물렀는데, 복위운동이 실패로 끝나면서 살해되었으며, 조선 초 고려 왕족들이 유배된 장소로도 기록되어 있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둔덕기성에서  내려다본 견내량
둔덕기성에서 내려다본 견내량

마을 벽화에 적힌 ‘나는 이곳 둔덕을 고려 제2의 수도로 정할 것이다’라는 호방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했지만 성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바다 경치는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행복’을 비롯해 ‘깃발’, ‘그리움’, ‘바위’, ‘생명의 서’ 등 주옥같은 작품들을 탄생시키며 한국문단의 거목으로 칭송받는 청마 유치환의 고향은 거제시와 통영시가 법정싸움을 벌일 정도로 예민하다. 양쪽 모두에 문학관과 생가를 지어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통영의 문학관과 생가는 예전에 다녀왔으니 이날은 거제시의 흔적을 살펴보았다.

청마기념관
청마기념관

둔덕면 방하마을의 청마기념관은 코로나19로 굳게 잠겨있었으나 마당에 있는 시비와 동상이 손님을 반겨주었다. 청마가 1908년에 태어난 인근에 있는 생가는 돌담길로 둘러싸인 초가집이었다.

청마 생가
청마 생가
청마 묘소

먼 길을 달려온 김에 방하마을 뒷산에 있는 청마 선생의 묘소에도 가보기로 했다. 둔덕면 곳곳에 선생의 시비가 많이 세워져 있다. 묘소 입구에서부터 시작된 시비길은 청령정까지도 이어져 있었다.

청마 묘소
청마 묘소
청령정
청령정

이곳은 1997년 5월 청마 내외 묘소를 시작으로 청마 선생의 부모님 묘소를 비롯해 청마 세 딸들의 묘소가 조성되어 있는데 거제시에서는 이곳을 사계절 꽃이 피고, 예술가들이 창작활동까지 겸할 수 있는 예술동산으로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산달연륙교
산달연륙교

해안도로를 달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지난 2018년 9월 거제시 법동리와 연륙교로 연결된 산달도였다. 돌아갈 길이 멀어서 섬 트레킹은 하지 못하고 맛집에서 물회를 늦은 점심식사를 한 후 바닷가를 산책하고 드라이브를 했다.

다음 기회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서 당골재산, 뒷들산, 건너재산을 차례로 넘으면서 섬과 바다의 운치를 음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예전처럼 편하게 해외여행을 다니기는 힘들 것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도 불편할 것이니만큼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아름다운 우리 산하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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