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와 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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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와 이주민
  • 김승남 (사)사단법인영천외국인센터 센터장
  • 승인 2020.04.02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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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처절한 싸움을 하는 것 같다. 온통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어려움이 많다고 아우성이다. 따라서 경제활동도 위축되고 있으며, 기업들도 잔뜩 위축되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도 어려운 경제사정이 더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마스크 구매하는 방법도 주중에는 출생연도별로 구매해야 하고 토요일 일요일에는 근처 약국에서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과연 이런 제도가 좋은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하다가 도중에 나올 수도 없고, 누구에게 부탁하기도 쉽지가 않다. 더구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의 형편은 더 그렇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250만 체류 이주민들의 걱정과 우려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대책은 미흡하고 부실하며 심지어 차별적이어서 더욱 문제다. 정부가 3월 5일 발표한 ‘마스크수급 안정화대책’을 보면, 공적마스크를 약국에서 구매할 때 내국인은 신분증만 있으면 되는데 외국인 이주민은 ‘건강보험증과 외국인등록증’을 함께 제시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이 두 증서가 없는 이주민은 공적마스크 구매에서 원천적으로 배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6개월 미만 체류 이주민, 유학생, 사업자등록 없는 사업주 특히 농어촌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미등록 체류자 등 수십만 명이 광범위하게 배제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지역에서 외국인 주민이 지자체의 마스크 배분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고 이주민지원단체로도 제보가 되었다.

더욱이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에서 바깥으로 나가기도 어렵고 판매처를 잘 알지도 못해서 마스크 구매는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었다. 미등록이주민(395,402명, 2020년 1월말 통계)과 체류 6개월 이내(단기체류자 685,485명, 2020년 1월말 통계) 건강보험가입 자격을 취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공적마스크 구매마저 이렇게 수많은 이주민들을 차별하고 배제해서야 되겠는가!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영천지역에도 이주노동자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그중에서 비자가 있는 이주민들의 경우는 번거롭지만 그래도 웬만큼은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외국인센터에 마스크 구입에 대한 상담이나 요청이 그리 많지는 않은 실정이다. 그러나 비자가 없는 소위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사정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들의 신분이 비자가 없다 보니 흔히 말하는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이기에 어떤 방법으로든 마스크를 구입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결과적으로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노동자'들인 셈이다. 외국인등록증이 없으면 '공적 마스크'를 아예 살 수가 없고, 등록증이 있어도 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 모여서 생활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보다 못해서 영천외국인센터 차원에서 초기에는 이들을 돕기 위해서 시내와 읍·면지역의 약국을 찾아다니면서 일반마스크를 구입해 나누어 주기도 했으나 심각단계로 격상되고 난 후에는 이마저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시관계자에게 부탁을 했으나 공식적으로나 합법적으로 미등록외국인에게는 도움을 줄 방법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

다급한 마음에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어떤 답도 없다. 그러던 중 3월 하순경에 시청 관계자에게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사정을 말해 400여매의 마스크를 제공받았고, 이후 시 담당부서에서 경북도로부터 외국인센터에 마스크를 지원하라는 공문에 따라 1,000여 매의 마스크를 지원받았다.

그리고 외국인센터 자체에서 준비한 마스크 600여 매, 총 2,000매의 마스크를 차량에 싣고서 영천, 금호, 하양, 진량 등으로 다니면서 영천외국인센터를 이용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전달하였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더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직까지 마스크를 누구에게 지원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하면서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로 미등록 이주민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경우엔 스스로 나서기 어려운 현실이다. 한국어가 서툰 노동자들은 정보도 늦다. 아직은 정책적 배려가 미흡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이 원치 않게 여러 가지 열악한 노동조건이나 노동환경 때문에 코로나에 감염될 경우에 쓸데없는 혐오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정책적인 배려가 아주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감염병에 걸리고 싶어서 걸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마스크를 사고 싶어도 살 길이 없는 사람들도 언제든 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그게 누구라도 한 번 걸리면 사회 전체로 그 피해는 돌아간다. 지금 우리가 급하다고 무작정 외면하거나 피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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