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외씨버선길(춘양역~현동역) ‘오지 트레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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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외씨버선길(춘양역~현동역) ‘오지 트레킹’
  • 이원석 기자
  • 승인 2020.01.02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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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벗 삼아 길 위에서 삶을 묻다”

2020 경자년 새해 첫날, 의미 있는 출발을 위해 새벽기차를 타고 봉화로 트레킹을 떠나기로 했다. 승부역~분천역, 석포역~승부역, 양원역~현동역에 이은 네 번째 신년맞이 트레킹 코스는 춘양역~현동역이다. 현동에서 춘양으로 가려고 했으나 기차시간이 맞지 않아서 반대방향으로 정했다.

북영천역 06:32 출발, 춘양역 도착은 09:08분이다. 돌아오는 열차가 현동역에서 15:56분이니까 트레킹에 주어진 시간은 6시간 48분이다. 춘양면사무소에서 현동역까지 12.5㎞ 걷는데 점심시간 포함해서 넉넉잡아 4시간, 남는 2시간 30분을 활용하기 위해 춘양면 소재지 답사를 하기로 했다.

억지춘양시장

먼저 억지춘양시장을 찾았다. 새해 첫날 이른 시간에 장사를 하지 않을 거란 생각대로 꽤 넓은 상가는 조용했다. 약 80여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이 시장은 4일과 9일에 서는 5일장으로 인구감소와 함께 활력을 잃었다가 2015년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된 후 문화와 관광이 어우러진 전통시장으로 생기를 찾아가고 있다고 한다.

만산고택
만산고택
권진사댁
권진사댁

이어서 조선 후기 만산 강용(1846~1934)이 1878년에 건립한 가옥으로 2013년 12월 12일 대한민국 국가민속문화재 제279호로 지정된 만산고택과 성암 권철연(1874∼1951)이 살던 집으로 건넛마을 운곡에 살던 그의 아버지가 1880년경 이곳에 지은 건물인 권진사댁을 방문했다.

춘양성당
춘양성당
의양리 석조여래입상
의양리 석조여래입상

천주교 안동교구 춘양성당에 이어 신라말~고려초인 10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으로 여겨지며 당시의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은 의양리 석조여래입상을 본 후 본격적으로 트레킹을 시작했다.

외씨버선길 봉화구간 8길 보부상길은 분천역에서 춘양면사무소까지 18.5㎞이지만 지난해에 걸은 분천역~현동역 구간을 제외한 12.5㎞를 걷기로 했다.

춘양면사무소~춘양역~모래재~가마골 4.5㎞, 가마골~자작나무숲 1.6㎞, 자작나무숲~높은터~살피재 1.3㎞, 살피재~씨라리골 입구 3.3㎞, 씨라리골 입구~소천면사무소~현동역 1.8㎞로 춘양역에서 출발지점을 못 찾아서 헤매다가 마음씨 좋은 동네 어르신의 안내로 철도 건널목을 건넌 후부터는 잘 정비된 길과 곳곳마다 세워놓은 안내판과 리본으로 인해서 어렵지 않게 나아갈 수 있었다.

안내판 내용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보았다. 모래재에 춘양역과 억지춘양에 대한 내용, 그리고 춘양목에 대한 내용이 있었다.

모래재
모래재

▶ 모래재의 유래는 잘 알 수 없으나 토질이 마사토라 푸석푸석하고 모래와 같이 부서져 내린다고 해서 붙여진 게 아닌가 한다. 소로리에서 춘양 가는 도로가 생기기 전까지 모래재는 주민들이 춘양장을 보거나 외지로 나가는 고갯길이며 학생들의 추억이 묻어있는 통학로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 해방 전 영주에서 철암까지 영동선 철도를 개설하는데 지금의 춘양면 소로리를 지나 녹동방면으로 90% 이상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당시 춘양면 서벽리가 고향인 국회의원이 춘양 발전계획에 의해 철도 노선을 춘양 소재지를 돌아가도록 무리하게 변경하면서 억지춘양의 명칭이 생겨났다고 한다.

▶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금강산에서부터 경북 울진, 봉화를 걸쳐 자라는 소나무 줄기가 곧바르며, 마디가 길고 껍질이 유별나게 붉다. 이 소나무는 금강산의 이름을 따서 금강소나무 혹은 강송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흔히 춘양목이라고 더 알려진 나무로 금강소나무는 결이 곱고 단단하며 켠 뒤에도 크게 굽거나 트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잘 썩지도 않아 예부터 소나무 중에서 최고로 인정을 받았다.

가마골
가마골

▶ 산길을 타고 내려가면 가마골을 만난다. 지형이 마치 새색시가가마를 타고 시집가는 형상으로 되어 있다고 가마골이라고 전한다. 가마골을 거쳐 모래재로 이어진다.

자작나무숲
자작나무숲

 

높은터
높은터

▶ 높은터는 옛날 현동에서 춘양장을 보러가는 또 다른 길목이다. 보부상이 주로 다닌 씨라리골 살피재와 함께 씨라리골에서 높은터를 지나 가마골을 거쳐 춘양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높은터는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하여 불리어졌으며 옛날에는 사람들이 거주했으나 현재 사람을 살지 않고 농사만 짓고 있다. 높은터를 지나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서면 바라보는 춘양의 풍경은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감상하는 것과 같다.

▶ 씨라리골은 골이 깊고 숲이 무성해 전쟁시에는 피난처의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 억새가 많아서 이곳을 지나는 사람은 억새풀에 배여 쓰라림을 맛봐야한다고 해 세월이 지나면서 씨라리골로 변했다고 전한다. 살피재는 살펴서 조심히 가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막지고개
막지고개

소천면 소재지를 지나 막지고개를 넘으면 현동역이다. 지난해 현동역에서 위를 쳐다보면서 도대체 누가 이 역을 이용할까 싶었는데 인근 동네를 보고나니 이제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렇지만 젊은 사람이면 고개를 넘어서 역을 이용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연세가 드신 어르신들이 이용하기에는 다소 힘들 것 같아 보였다.

현동역은 영동선 기차역 임기역과 분천역 사이에 있다. 1956년부터 운영되고 있다. 현동역 건널목을 지나 막지고개로 넘어가고, 막지고개를 넘기 전 불둔지(모래가 있는 강변)에 섶다리(작은나무나 판자를 엮어서 놓은 다리)가 있어 보부상들이 건너 다녔다 한다. 막지고개는 마지막으로 넘는 고개이며 소천장을 앞두고는 마지막 고개이다. 춘양장까지는 살피재, 모래재를 넘어야 한다.

전날 3시간 정도 수면을 취하고 새해 첫날 새벽부터 저녁까지 무궁화호 열차와 도보를 이용해서 13시간 동안 ‘자연과 함께 한 힐링의 시간’을 보냈다. 적당한 육체의 혹사(?)와 흘린 땀이 2020년을 살아가는데 자양분이 되었으면 한다.

현동역사는 1년 전과 비교해서 나름 변화된 모습이다. ‘시(詩)가 있는 현동무인역’, ‘길을 걷는 사람들의 쉼터’를 내세우면서 테이블과 시설을 정비하고 시집을 많이 비치했다. 그러나 작년에 이어 화장실이 아직도 잠겨있어 이용할 수가 없고 난방시설이 전혀 없는 가운데 뒤쪽 문이 고장 나서 닫히지 않아 이용객들이 떨어야 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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