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외국인 의료사각지대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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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외국인 의료사각지대 어떻게 해야 하나?
  • 김승남(영천외국인지원센터 소장)
  • 승인 2019.11.12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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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에 외국인 체류자가 2019년 9월말로 245만 명이 넘는 시대가 되었다. 이중에 미등록체류자가 38만 명이 넘는다. 이는 전체 체류외국인의 15.5%나 되는 숫자로 이는 전년도보다 10.3%나 증가한 수치이다.

정부에서는 소위 불법체류자를 줄이려고 하는데도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미등록외국인 체류자가 감소하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등록으로 인한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는 취업비자를 받고 일하다가 기간이 다 되었는데 출국하지 않고 그대로 잠적해서 소위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있으며, 또 언어를 배우려고 D4비자를 받고 입국해서 공부하다가 이탈하여 불법체류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혼인비자를 받고 입국한 소위 결혼이주여성들이 이혼하거나 동거하지 않고 이탈하여 불법체류자가 되기도 한다.

어떻든 불법체류자는 미등록외국인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산업 현장이나 식당 같은 곳에서 일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소위 이민자, 혹은 이주민들은 직장의료보험이나 지역의료보험을 대부분 가입하고 있어서 의료문제가 심각하지는 않다.

그러나 불법체류 외국인들은 의료부분에서는 절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아니면 질병에 걸리면 보험적용 혜택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 이를 감당하기가 대부분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센터나 쉼터 등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10월 2건의 미등록 외국인의 의료문제가 있어서 본 센터에서 도와 준 적이 있다. 한건은 한국에 온지 10년차인 이주민으로서 다른 지역으로 가서 구직활동을 하러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자전거가 넘어지면서 어깨 쇄골 골절상을 당하여 영천의 인근지역 병원에서 수술을 하면 350만원의 병원비가 소요되는데 당사자 본인은 그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대구이민자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 대구달서여성메디파크 병원에서 산모, 아기 수간호사와 함께

대구이민자지원센터에서는 경상북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대구지사에 도움을 요청하고자 연락을 했는데 대구광역시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에는 긴급의료지원 프로그램이 없다고 하여 부득이 경북에 속한 본 센터로 연계 의뢰해 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부상을 당한 이주민은 현재 자국 여권을 분실, 엄격하게 말하면 처음에 선원으로 취업비자를 받고 왔는데 선주가 여권을 압류하여 돌려주지 않는 바람에 여권없이 이탈하여 지금까지 지내온 것이었다. 사회복지 공동 모금회에서는 여권을 요구하는데 여권이 없어서 무산되었다. 결국은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긴급의료 지원팀에 문의하고 서류 제출해서 긴급 의료지원을 받게 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

또 한 가지는 임산부나 질병이 심할 경우에는 대구의료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다. 대구의료원은 대구이민자센터와 진료협약을 맺고 미등록 이민자들의 진료혜택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구의료원에 지원되는 대구광역시의 예산이 소진되어 올해 7월 달부터 입원, 출산, 수술 등에는 지원이 안 되고 있고 외래진료만 혜택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이주여성들 가운데 임산부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영천외국인센터에서도 작년도에는 15명의 미등록 이주여성이 출산하였으며, 올해는 10명의 임산부들이 있었다. 대구의료원 혜택이 출산할 때에는 없게 되자 부득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산부인과 병원을 찾다가 대구에 있는 달서여성메디파크병원에서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진료비를 할인해 주기로 해서 그 병원을 이용하여 출산을 하고 있다. 특히 이 병원 수간호사님께서 정성을 다하여 도와주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 또한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미등록이민자들 대부부분이 건강보험이나 일반 시중의 보험을 가입할 수 없어서 진료비 전액을 일반으로 해서 본인들이 감당해야 한다. 더욱이 영천지역에는 출산 산부인과 병원이 없어서 임산부들이 대구이주민센터를 경유하여 대구의료원에서 진료혜택을 받고 있다. 그나마도 7월부터는 해당 진료비 지원금이 소진되어 혜택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달 말경에 베트남 산모가 출산을 하게 되었는데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황달증세가 너무 심하여 영남대학교병원에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는데 1일 병원비가 150만원이라고 한다. 4일간 입원해서 치료를 받았는데 500만원 가까이 진료비가 나왔다. 이주여성 남편이 일은 하고 있으나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본 센터로 도와달라고 요청을 해왔다. 결국 이건도 역시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긴급의료지원팀에 부탁을 하여 도움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이미 들어와 있는 외국인 체류자 중에 미등록(불법체류자) 외국인들이 38만 명이 된다. 이들이 이런 저런 일로 인하여 질병이나 사고를 당했을 때 의료혜택을 전혀 받을 길이 없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또는 당사자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물론 이들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환영받지 못할 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인도적 차원에서 최소한의 의료지원이 필요하다.

본 영천외국인 센터에 진료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해마다 늘어가고 있다. 아마도 올해도 연말이 되면 250건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히도 큰 질병이 아닌 경우에는 영천시내 여러 병원 원장님들이 인도적 차원에서 무료진료를 하고 있는데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베드로내과, 녹십자의원, 오치과, 서피부비뇨기과, 성모안과, 성삼연합의원, 영천연합소아과의원, 협동한의원, 장수한의원 등이 본 센터를 통한 외국인 무료 진료를 해주고 있다. 그러나 임산부나 중한 질병의 경우 대구 등지의 큰 병원으로 가야 하기에 병원비가 큰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미등록 이민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나 아니면 지자체들의 대책이 필요하고, 기업이나 기관 단체들의 사회봉사 차원, 인도적 차원에서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미등록 이주민은 말 그대로 법을 지키지 않고 불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1차적인 책임은 그들에게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지역에 거주하면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이들 역시 우리의 이웃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에게 차가운 시선이 아닌 따스한 시선과 손길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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