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석의 도쿄통신 38> 장인정신의 프라이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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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의 도쿄통신 38> 장인정신의 프라이드, 일본
  • 박정석(도쿄 거주)
  • 승인 2019.02.28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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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izu sobanudorutsuta.

오늘 지인과 일본 라멘업계 처음으로 미쉐랑 별을 1개 획득한 스가모(巣鴨)역 옆 라멘점으로 갔다.

<오늘 영업은 끝났습니다.> 라는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3시인데 벌써! 지난번에도 허탕을 쳤는데…. 그럼 몇 시에 오란 말인가? 종업원이 나오기에 억울하다는 듯, 따지듯 “왜 벌써 끝났어요?” 물으니 대답이 “번호표를 100장을 미리 배포했고, 번호표 가진 분들만 드실 수 있습니다,”(속마음은 어느새 울그락불그락이다.  “다른 가게는 밤늦게까지 돈을 벌려고 열심히 하는데~ 두 그릇 더 만들어서 팔지”) 좀 화가 났다.그러나 일본에서 28년을 살았기에, 그들만의 장인정신을 존중해주기로, 욕 않기로 했다.

다시 일본문화를, 그들의 정신세계를 생각해보았다. 일본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장인정신이 돋보이는 나라다. 독일도, 이탈리아도 있지만 말이다.

물론 자랑스런 내 조국에도 <한정 판매>라는 문화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일본의 그것과는 많이도 깊이가 다르게 필자에게 다가온다. 그들은 알고 있다. 번호표를 하루에 지금보다 두 배인 200장을 배포해도 충분히 팔린다는 사실을. 이를 어떻게 문화적 해석을 하고 분석을 할까 ?

필자는 일본의 <장인정신>에서 찾고 싶다. 누구나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돈을 안 벌고 싶은 사람이 어느 나라, 그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필자는 일본의 장인들에게서 종교인과 같은 돈에 대한 초연함을 자주도 본다.

어떤 라멘집 사장은 스프가 생명인데 하루 분 스프를 제조과정에서 맛을 확인 후 수준 미달이면 다 부어버리고 그날은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도 있다. 또 어떤 라멘가게는 물을 주지 않는 가게도 있다. 자기 가게의 요리를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물을 마시면 미각을 자극하는 강도가 옅어진다는 의미일 것이다.

ㆍ철저히 원칙을 지키며 자기이름을 거는 프라이드
ㆍ반대 의미에서 돈을 더 벌 수 있는데도 2호점, 3호점을 내지 않는 프라이드

우린 언제 일본을 이긴다는, 극복한다는 <극일(克日)>을 하나. 우린 알아야겠다. 일본이 삼성을 두려워할지라도 대한민국은 아직도 한 수 아래로, 아니 두 수 아래로 보고 있음을 재일교포들은 자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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