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석의 도쿄통신 24〉오늘 만난 사람 - 일본 소녀와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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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의 도쿄통신 24〉오늘 만난 사람 - 일본 소녀와 예절
  • 박정석(도쿄 거주)
  • 승인 2018.05.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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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자주 가는 큰 슈퍼가 있다. 오후 출근일 때면 작은 가방에 책 한권 넣고 꼬깃꼬깃 큰 돈 1,000엔 집어넣어서 공원을 갔다가 큰 슈퍼에 간다.

그 슈퍼에는 저렴하기도 하지만 입구 부근에 간식을 먹을 수 있는 휴식 공간이 있는데 책도 편히 읽을 수있다. 와이파이도 있다. 충전할 콘센트도 있다. 이만하면 가끔 폼잡고 책보는 척 하면서 휴대폰으로 글 작업을 자주 하는 사람으로서는 짱이다.

오늘은 게을러 아직도 다 읽지 못한 두꺼운 책을 또 펴들었다. 철학적 난해한 책이라 젊은시절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탓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느려 비어있는 머리통을 꿀밤주며 아이스커피를 한잔 사왔다.

그런데 비어있던 옆자리에 쪼르륵 일본 여자 어린이 3명이 들어와 앉았다. 주위 맨션단지에 살고있는 이쁜 초등학생 어린이들이었다. 각자 손에는 게임기를 하나씩 들고있었다. 그중 내 바로 옆자리에 앉은 제일 이쁘고 긴머리를 단정히 묶은 어린이가 나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아저씨 아들만 셋있고 딸 없지요? 불쌍해라 저 양녀로 들어가도 돼요?ㅎ”
그런 말은 전혀 아니었다. 착각은 자유 ㅠㅠ 이쁜 입술에서 나온 말은 …
“아저씨 책보시는데 저희들이 지금부터 좀 시끄러워 질 수도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그윽한 눈매로 입꼬리를 올리며 “그럼 괜찮고 말고”

실은 너무 놀랐다. 어떻게 초등 4학년 여자 어린이에게 저렇게 예의를 갖추어서 겸손히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가정교육을 철저히도 잘 받은 어린이이구나로 매듭을 지을 수 있다. 물론 일본 어린이가 모두 그런 것도 아니고 한국의 예의 바른 어린이도 간혹 있을 수 있다.

일본의 전통적 가정 교육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그건 바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철저한 교육 결과물의 한 장면을 본것이다. 일본은 어릴때 부터 이부분만은 철저하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일까? 일본에서 길거리에서 다툼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들은 복잡한 전차안에서 상대방에게 발을 밟히고도 すみません(미안합니다)을 하는 때론 이상히 생각되는 다툼을 피하려는 국민성이다.

그 옛날 우리 중년들은 부모님께 삼강오륜으로 인륜의 도리와 질서를 배웠었다. 주위 어른분들의 관심에는, 누구집 아들, 딸이라는 이름이 이마에 적혀있어서 예를 갖추어 행동을 했던 지난 시절이 그리워진다. 오늘 만난 일본 어린이를 보면서 우리에게 살아있는 따뜻한 정(情)과 함께 사라져 가는 듯 한 인의예지(仁義禮智)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나 하며 턱을 괴고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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