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석의 도쿄통신 19〉 되돌아보는 동일본 대지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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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의 도쿄통신 19〉 되돌아보는 동일본 대지진 3
  • 박정석(도쿄 거주)
  • 승인 2018.03.2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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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안정으로….

매일 반복되는 전 TV채널의 지진 뉴스 정보로 인한 귀와 눈의 피로감도 쌓여갔다. 이제는 대자연의 섭리 앞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원전가루 속에서도 피어난 사쿠라(벚꽃)의 새하얀 아름다움으로 덮였다. 휴일이면 공원에 가족들이 함께 자리를 펴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 아름다움의 사쿠라(벚꽃)도 봄비 속에 이제는 내년을 기약해 가고 싶다.

지진과 원전의 사고 소식은 조금씩 만성이 되어 그러려니 해지며 어느덧 1개월이 지났다. 한국에서의 지인들은 다들 내가 지옥속에서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 도대체 현실을 제대로 인식을 못하고 있는 사람 등 대화속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집 한 채를 준비해 주고 직장도 없을 나에게 몇 달간만이라도 쌀이라도 제공해줄 분들이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분들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물론 염려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천부당 만부당 ~ 참 좋은 분들.

이제는 원전의 뉴스도 극도의 민감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것 같다. 며칠전 뉴스에서 원전의 위험성이 최상등급인 7로 상향되었다고 전해졌지만 그것으로 인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적어도 동경에서는 없다.

▲ 후쿠시마 원전

그렇다고 무시한다는 뜻은 아니고, 현실적으로 원전으로 인해서 내 이웃의 생명을 앗아간 뉴스가 없고, 분진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자가 전혀 발생하고 있지 않기에, 그리고 아무리 설명을 해도 모를 원전의 현실적인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물론 오늘의 현실로 인해서 앞으로 태어날 2세들이 어떤 위험이 있을지 나의 남은 50년? 생명이 10년 짧아질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세계 2위의 나라 수도 동경에서 도망가 않고 있는 천황과 일본 수상과 같은 환경의 공기를 마시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너무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그리고 어느 일본의 지인은 이야기한다. 이번 지진과 원전의 사고가 있어도 정신적 공황이 일본에 없는 것은 벌써 히로시마를 경험했기에 핵이라는 단어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라는 색다른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 2차세계대전 때 원자폭탄 투하가 된 히로시마의 원폭자료관

지난번 보고에서 한때 사재기가 시작이 되었을 때는 정말 눈앞이 캄캄해졌었다. 당장 장사를 할 수 없을것 같아서…. 그래서 히로시마 친구에게 부탄가스를 공수해 받아서 큰 다행이었으나 이제는 동경에서도 사재기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한동안 부탄가스 때문에 손님의 절반 이상이 메뉴를 선택하시는 삼겹살을 제공하지 못할까봐 가슴을 졸였었다. 물론 나의 사업장도 약 1주일간은 매상이 격감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그 후부터는 그 어느 타 점포보다도 부러움을 사는 회복 속도였다. 모두의 염려가 아닌가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1개월간 연기되어진 프로야구도 기부금 게임과 함께 개막이 되어졌고 모든 지상파 TV도 지진보도만 하던 것을 약 2주전부터 조금씩 일반 드라마 등이 방영되던 것이 이제는 모든 채널이 정상 방송을 하고 있다.

다만 아직도 진원지의 지진이 5~6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현실이 부담스럽지만 우리 가게에는 한국의 모든 분들 특히 일본에서 인기 있는 연애인 스포츠맨, 기업인들이 기부한 내역을 사진과 함께 대형 판넬에 부착해서 일본 손님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려운 환경이지만 일본에 상륙한지 20년이 되는 나도 일본이라는 국가로부터 보이지 않는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나의 현실에 비해서 조금 많은 금액을(직원들의 정성도 함께) 기부를 했다.

그리고 나는 매일 아침 운동하는 공원에서는 후쿠시마를 향해서 언제나 먼저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힘들게 피난생활을 하고 계시는 분들도 하루 빨리 생활이 개선되기를 기원하는 합장기도를 드린다.

이제는 한국이 준비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다시 생각해보면 일본에 있어 지진은 일상이다. 그리고 그 많은 역사적인 지진속에서도 수 많은 돈과 노력이 들어갔음에도 일본은 쓰러지지 않고 일어섰다. 정말 대단한 나라다.

지진에 대해서 항상 준비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전국에 지진관련 박물관과 지진 체험관이 널려있으며 때로는 차량에 작은 체험 시설을 해서 각급 학교로 가서 아이들에게 직접체험을 실시할 정도이다. 3월 11일 막내가 다니는 일본학교에서는 지진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되어 있어 부모가 데리러가지 않으면 하교시키지 않았다. 물론 학교에는 많은 양의 담요도 준비가 되어 있어 숙박도 가능하게 되어 있다.

또 후쿠시마도 과거에 큰 지진과 쓰나미가 있어서 높은 방파제까지 만들었던 지역에서 반복해서 상상을 뛰어넘는 큰 피해를 당했다. 또 15년전에 고베 대지진 때 고속도로의 기둥이 쓰러져 교통마비가 된 경험을 토대로 일본 전역을 고속도로의 기둥에 두꺼운 철판으로 감싸는 공사가 10여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한국에는 지진을 준비하는 내진설계가 된 건물이 2.4%(기준에 따라서18%)인 것은 뉴스를 자주 접한 사람은 다 인지하고 있겠지만 언젠가 큰 재앙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지진의 범위가 과거와 다르게 일어나고 있고 한국에도 더 많이 발생한다니 내가 조국에 악담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고 이것은 현실이다. 당장은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기에 개인도 국가도 쉽지 않겠지만 꼭 미래에 재앙이 없는 조국이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95년 신문로에 있는 에스타워는 재일교포가 지은 건물로 당시엔 불필요한 많은 지출을 빗대어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일반건물의 4배의 철근을 투입하며 진도 7에 견딜수 있는 내진설계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진을 많이 경험한 교포이기에 가능한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당연한 미래를 준비할줄 아는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감사드린다. 이번 지진으로 연락을 주시고 염려해주심에 다시 한 번 지인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따뜻한가를 느끼는 시간을 갖을 수 있었음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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