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석의 도쿄통신 10〉나도 때로는 진심으로 일본인에 감사할 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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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의 도쿄통신 10〉나도 때로는 진심으로 일본인에 감사할 일이 있다.
  • 박정석(도쿄 거주)
  • 승인 2018.01.1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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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서 떠내려온 선박&유골! 매일 공양을 드리는 스님께 감사를 드린다. 지난 연말의 일이다. 하얗게 눈내린 대지위에 검은 옷을 입은 합장한 스님이 천사처럼 아름답게 다가온다.

도우센지洞泉寺의 무연고 묘비! 동해(日本海)가 내려다 보이는 아끼다겐秋田県 오가시男鹿市 언덕에 누가 관심을 가지고 가져가는 사람이 없는, 거의 북한에서 작은 배와 함께 떠내려온 유골을 모셔놓은 잘 정돈된 묘비가 있음을 뉴스를 보며 알았다.  

1960년경부터 이 절에서는 신원불명의 사死자를 받아와서 정성껏 위로하고 있단다. 내용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의뢰를 받은 일이나 이렇게 매일 정성껏 공양을 드리는 일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본인의 입장에서 보면 마치 한국 국가가 관리하는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적군묘지 마냥 느껴질거라 생각을 해보았다. 파주의 적군묘지에 중국인들은 와서 잘 보관해준 한국 정부에 감사를 드리며 한줌에 흙으로 된 영혼을 모셔갔으나 북한 병사들은 아직도 묻혀있다. 거기에는 그 어떤 종교단체가 매일 공양을 드리지 않는다. 물론 문화의 차이라 가볍게 치부할 수도 있지만 그게 아니다.  

일본 도우센지洞泉寺의 무연고 묘비! 이 묘지 앞에 매일 매일 합장을 하고 목탁도 두드리며 영혼을 위로 하는 스님! 당시 그 뉴스를 듣는 순간 일본의 민간 신앙 앞에 갑자기 고개가 숙여졌다.  

그런데 문득 교토의 귀무덤이 생각이 났다.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일본인들의 민간 신앙 속에는 죽은자의 유골 등을 함부로 하지 않고 보관했다가 제를 지내준다는 사실에 몹시 놀랐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문화의 한 부분이기에. 사자의 모습도 그러 하지만 일본의 문화는 신사중에 유명한 장군의 갑옷만 모셔고 있는 곳도 있으니 그들의 정신문화를 이해할 수 있겠다.  

인터뷰에서 이 추운 겨울에 이어지는 북한 선박으로 보이는 고기잡이 배와 신원불명의 시체! 2017년에 이 지역만 13구로 역대 최고 숫자란다. 스님은 그 누가 전혀 찾아 오지도 않는다 했다. 여러 정황으로 보아서 이국땅에 묻히는 어부의 나라는 몹시도 힘든 환경 속에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스님은 느꼈단다. 이런 신원불명의 시체가 많았던 적은 없었다고 스님은 혀를 찬다.  

나는 혹시나 그 선박의 시체가, 일본 바닷가를 떠돌고 있을 영혼이 1960년대 북송선을 타고 떠났던 재일교포였나 하고 생각이 걸음을 멈춘다. 만경봉호로 연상되어지는 북송선! 1959년 12월부터 1984년까지 진행된 북송사업을 통해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조선인은 일본국적자(재일조선인과 결혼한 일본인 아내도 포함) 6,730명을 합쳐 모두 9만 3,339명!(일본적십자 본사의 외사부 자료)  

북한지도부는 하부조직 조총련은 지상천국을 외치며 만경봉호로 망향의 한을 가진 재일교포들을 유혹하며 북송을 시켰다. 민단은 너무나 명백한 북한의 지옥 현실을 알기에 조직적으로 북송선을 타려는 교포들께 목이 쇠도록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일본 정부는 눈을 감았다. 다만 일본 정부는 골치 아픈 재일교포의 숫자를 줄이는데만 혈안이 되어서 북한 적십자사와 맺은 약속이라며 적극 협조했다. 일본 언론도 북한의 지옥 상황 정보를 흘리지 않으며 한쪽 눈을 감았다.  

일본에 살면서 아직도 느끼는 것은 국민은 한없이 성실하고 거짓이 없고 착하지만 일본 정부는 때로 일본 국민의 도덕적 기준을 한참 밑도는 모습에 답답할 때가 있다. 요즘 가끔 뉴스에서 북한을 탈출한 재일교포의 뉴스가 들려오기에 혹시나 하는 상상은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그들이 타고 온 작은 고깃배는 바닷가에 처량하게 정박해있다. 항구를 떠날 때는 큰 희망을 품고 출발했을 주인 잃은 작은 배는 혼자라도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며 우는 걸까? 고향 북녘하늘을 쳐다보는걸까? 멀리서 오늘도 내가 감사드려야 할 스님의 목탁소리가 낭랑히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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