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석의 도쿄통신 2> 인사가 가지는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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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의 도쿄통신 2> 인사가 가지는 덕목
  • 박정석(도쿄 거주)
  • 승인 2017.10.26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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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생활 26년! 참 오래되었다.

나의 20대 시절 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당시 한국에서 문화재단 관련업무 일을 배울 때에 미국인 스태프가 동료들에게 재미있게 들려준 일본 이야기다.

그 여자분 스태프는 멋진 한국 남자와 결혼하여 거주를 위해서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가서 업무를 보고 한국으로 왔다. 그런데 일본에서 있었던 일로서 짧은 일정이었지만 일본 문화에 적응이 되지 않아 힘들었단다.

다름아닌 〈인사(挨拶)문화〉다. 처음 업무차 만난 일본인은 먼저 목례를 하고 손을 잡고 악수로 인사를 하고, 또 서서 이야기하는 도중 도중에 몇번이고 뭐가 그리 미안한지 여러번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인사를 하는듯 했었단다. 그런데 그때마다 그녀는 당연히(?) 답례로 머리를 같이 숙이며 인사를 정중히 했다.

그녀는 도중에 너무 많은 인사의 피곤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끝나고 헤어지는데 악수를 하고도 또 몇번이고 머리를 숙이고, 이쪽에서도 머리를 숙이고 돌아섰단다. 한숨을 돌리고 가면서 돌아보니 아직도 그자리에서서 손을 흔들며 또 머리를 숙이며 인사를….

그런데 한국에 도착하니 가볍게 웃으며 악수를 하고 한번에 끝나는 인사에 일본에서 쌓였던 인사 스트레스가 없어졌다고 한다. 〈한국은 참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단다. 그 이야기를 함께 듣던 동료들은 눈가에 주름을 만들며 박장대소를 했던 기억이 있다. 이것은 일본인의 예절 문화에서 오는 한 단면이다. 충분히 좋게, 아름답게 해석할 수 있는 인사의 이야기다.

그런데 며칠전 친구로부터 일본인의 단체행동에 대한 바른 예절 문화에 대한 지인의 글이 왔다. 내용은 불국사로 〈일본 초등학교 학생들의 수학여행!〉 글쓴이는 일본어를 아는 한국 사람이었다.

〈일본 어린이〉 두 학급과 〈우리나라 어린이〉 네학급 정도가 나란히 모여 있었다. 그런데 한국 어린이들은 선생님의 말씀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자기들이 가지고 온 과자와 김밥을 던지며 장난을 하더란다. 그런데 바로 옆에서 질서를 지키며 선생님 말에 귀를 기울이던 일본 학생이 자기선생님께 “저기 한국아이들은 왜 이리 시끄러워요?” 선생님 “한국은 옛날에 일본의 하인이었는데 또 그렇게 되려나 보다”

그 지인은 부끄럽고 참으로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그리고는 한국 어린이들은 쓰레기를 팽개쳐둔 채 자리를 이동했단다. 일본 어린이들은 습관화된, 당연하다시피? 한국 어린이들이 어지럽힌 쓰레기를 깨끗이 치우고 이동하는 광경에 이 나라의 교육을 크게 걱정하는 내용이었다.

참으로 경악과 감동의 이야기였다. 나도 작년에 한국에서 우연한 기회에 초등학생들과 역사탐방을 함께하며 무너져가는 무질서의 악몽과 같은 현장을 보았기에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예의바른 인사의 덕목? 그것은 많고도 많으나 〈사회의 바른 질서를 만드는 것〉이고 가장 작은 노력으로 가장 큰 효과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교육 효과〉라고 나는 감히 단정지어본다. 어릴 때부터 가르치는 인사 속에는 부모에 대한 예의가 있고,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 있으며, 사회에 대한 질서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린 여기서 일반 일본인들이 한국의 효행(孝行)사상을 극찬하듯 우리도 그들께 배울것이 없는가고 늘 눈을 크게 뜨고 볼일이다. 우리의 효행사상은 조선이 유교적 습속이 그 어느나라 보다도 가장 강력하게 스며들었기 때문이리라. 오죽하면 중국에서 조차 조선을 소중화(小中華)의 나라라고 했겠는가.

일본은 민간 생활 습속은 불교와 신도의 영향이 진하게 깔려있다. 그렇기에 일본에서는 많은 학자들이 유교(儒教)를 유학(儒學)이라고도 부른다. 그 이유는 유교의 다양한 문화가 민간의 문화에 자리를 잡지를 못하고, 집권층과 사무라이층 이상 확대를 하지 못하는, 배움에 그친 학(學)으로만 존재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국민성으로 들어가보자. 일본에 내가 살면서 일본인의 국민성을 만드는 기초라 자주 느끼는 것이 〈인사의 철저함〉〈일의 철저함〉이다. 언제나 가정에서나 식당에서나 두손을 합장하여 호흡을 맞추어 “잘먹겠습니다”를 합창하는 20대의 아가씨들을 한식점에서 자주도 목격했기에 웃음지은 적이 많다.(너희들 유치원생?)

이러한 작은 예의바른 인사 교육은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하지 않으면 부모에게 반복해서 추궁을 당한다. “인사는?” “잘먹겠습니다는?” “잘먹었습니다는?” 그야말로 일본식 교육의 백년대계의 첫단추는 역시 철저한 가정에서 만들어짐을 다시 확인한다.

다시한번 이야기하면 우리의 인사는, 효행사상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유교적 문화 속에서 형성되었다. 그러나 한국인들에게 보여지는 일본인들의 인사는 교육에서 만들어졌다 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인사가 가지는 덕목은? 〈예의바른 인사교육〉 하나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내 조국의 국격을 높이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지인의 글을 통해서 느껴본다. 그들의 모든 문화가 아름다운 것은 아니나 이국에서 조국의 기초교육이 심히 걱정됨을 보는 재일교포들의 마음은 오늘도 편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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