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간은 편안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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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간은 편안하십니까?
  • 우리들 내과 안수열 원장
  • 승인 2012.11.11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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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선배 되시는 분이라면서 간이 좋지 않아 수소문 끝에 간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후배가 있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찾아 오셨다. 한눈에 봐도 간경변이 많이 진행되신 것 같았고 지금까지 B형 간염을 알고 있었지만 IMF시절에 사업이 어려워진 후 아직 재기를 못하신 탓에 병원과는 담쌓고 지내오신 분이셨다.

간경변증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시행한 위내시경에서 간경변증이 오래 경과되다 보면 식도에 실날같은 혈관이 손가락 굵기만큼 커지는 식도정맥류가 생기는데 선배님은 식도하단부에 곧 터질 것 같은 정맥류가 꼭 뱀이 꽈리를 튼 것처럼 심한 상태라 응급으로 바로 그 자리에서 내시경 결찰술을 시행했었다.

초음파상에서도 워낙 간경변이 심해서 만약 암이 생긴다하더라도 찾을 수 없을 거라 말씀드렸더니 본인은 도리어 아직 암이 없다니 다행이네 하시면서 담담하게 받아드리시는 그런 분이셨다. 저보다 수년 선배님이시라 이제 60고개를 막 넘어는 데 학창시절에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S"대를 다니시면서 앞날이 창창하였는데 그놈의 IMF….

이 선배님은 다른 간경변증 환자와 달리 경제적인 면을 고려해서 6개월 마다 혈액검사와 간초음파를 하자고 진료를 시작 할 때부터 정했었다. 그날도 여느날 처럼 혈액검사를 하고 간초음파를 했는데 6개월 전과 다르게 암이 생긴 것이 발견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간경변증 환자에서 암이 발생하는 양상은 크게 3가지 유형인데 가장 예후가 좋지 않는 미만성 형태로써 이런 경우는 수술이 어렵고 문맥이라는 간에서 가장 중요한 혈관으로 암이 잘 침범하는 경우라 예후가 정말 불량하다고 알려져 있다.

초음파를 끝낼 때까지 아무 말이 없자 선배님이 먼저 "난 괜찮아! 안원장 그리 마음 쓰지 말게… 간암인 모양이군. 어쩐지 지난달부터 오른쪽이 조금 결렸는데 그때 이야기 했었어야 했나?

그 말을 들으니 내 나름대로 선배님이신 것을 떠나 평소 모든 환자분들에게 편하게 대하고자 노력을 하는데도 의사와 환자간에 넘지 못하는 벽은 있구나 싶었다. 사실 그때 이야기 했었어도 결과는 지금과 다를 바는 없었겠지만. 어차피 수술은 안되고 결국 약물 치료를 해야 하는데 이 선배님의 성격으로는 절대 치료를 안 하실 분 같다 라는 생각이 그 순간에 들었지만 일단 간암이라는 것을 숨길 이유도 없고 해서 “예, 간암이 생겼네요. 좀 많이 퍼져서 수술은 안 되시겠어요” 했더니 역시 “치료는 뭐 할려고“ 하였다. 애들 시집 장가 가는것 보고 싶었는데 하시면서 못내 아쉬워하셨다.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간질환, B형 간염

선배님의 병은 만성 B형 간염이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으로 진행한 경우이다. 20년전 한창 간염이 진행되어 치료를 받으셔야 할 시기에 사업 때문에 간을 돌보지 않은 탓에 40대 중반부터 이미 간경변증으로 진행되어 지금은 간경변증의 합병증이 가장 심한 상태까지 온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선배님과 같은 만성 B형 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가 인구의 4~5%정도 추산되고 있다. B형 간염 치료제는 1980년대 말에 인터페론 주사제가 처음 소개되었지만 그 치료효과는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가 10년 후인 1999년에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인 ‘제픽스’가 국내에서 사용된 이후 처음 몇 년간 간염치료에 놀랄만한 치료효과를 보였지만 항바이러제의 가장 큰 약점인 내성출현으로 인해 그 이후 3-4년에 걸쳐 다른 항바이러스제가 매번 발매되고 있지만 아직은 B형 간염을 근절할 만한 약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 “비이어드‘라는 약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간염치료제는 기존의 ”바라클루드“와 함께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2개, 인터페론 주사제 1개 해서 3개가 B형 간염 치료제로 주로 쓰이고 있는데 이 약제들은 간조직의 염증과 섬유화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 간경변증으로의 진행을 예방함으로써 간질환의 진행을 예방하고 생존율을 향상시키는데 목표가 있다.

피곤하고 황달 있으면 간세포 손상

간은 인체에서 가장 큰 장기로 대사, 해독, 배설 작용을 담당한다. 피막에만 신경이 있어서 간 손상이 아주 심하지 않으면 통증을 느낄 수 없지만 일단 통증이 올 정도의 간 손상이 있으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 장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간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으면 이미 중증으로 발전된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 성인의 사망원인 중 약 10%가 간 질환이며 중년 남성의 사망원인에서는 간질환이 1위를 기록하고 있어 다른 장기에 비해 조기 발견이 특히 중요하다.

간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은 피로감과 무력증이다. 과로를 한 것도 아니고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아닌데 일상생활을 하기가 힘들 정도로 피로감을 느끼면 간의 이상을 체크해 보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는 구역질과 구토, 식욕 감퇴, 체중 감소 등을 들 수 있는데 특히 칫솔질을 할 때 토할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간의 이상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상복부가 은근히 불쾌하거나 통증이 올 수도 있으며, 눈과 피부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세가 있으면 간장애가 상당히 진행되었다는 징후이다.

또한 간이 나빠지면 간세포에서 혈액응고인자들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여 잇몸 출혈이 생기거나 코피가 자주 나기도 한다. 이 밖에 간경변 등으로 증상이 심해지면 배에 물이 차는 복수가 생기며, 식도정맥이 터져 입에서 피를 토하는 응급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간이 전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예로부터 ‘간도 크다', '간이 콩알만해졌다', '간떨어질 뻔했다', 등등 사람들은 많고 많은 인체의 기관중에서 왜 하필 간을 이렇게 들먹이는 것일까. 간이란 기관이 그만큼 중요하고 인체를 대표할 만큼 값어치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간이 우리 몸에서 하는 일이 무려 500가지가 넘는다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각종 대사작용은 물론 면역 기능을 담당하는 만큼 '제2의 심장'이라 불리기도 하며 질병이 생겨도 증세가 나타나지 않아 결국 큰 병을 불러오기 때문에 '침묵의 장기'라고도 불리운다. 그러므로 발병하기 전 관리는 물론 정기적인 검진으로 간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래저래 간의 이상은 쉽게 발견되지 않지만, 간이 우리에게 보내는 SOS신호는 있다. 이것을 잘 포착해내는 것이 간질환을 예방하고 신속히 치료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우리들내과 안수열 원장 hyh1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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